결혼반지를 명품으로 맞추지 않은 이유

by 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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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내 삶의 양태를 주변 사람에게 소개하면 자주 듣는 말이다. 대게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놀라워한다. 흥미진진한 이유를 기대하는 눈초리로 대답을 기다린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어째서?. 왜 결혼을 하는데 몇 백만 원 가격의 반지를 맞춰야 하는지. 난 그 돈으로 아까운 4%대 금리를 발생시키는 전세금을 갚고 싶다. 잃어버릴까 봐 초조하게 손에 끼고 다니고 싶지 않다. 남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가격을 어필하고 싶지 않다. 의미에 집중하고 싶다.


나는 재벌집 서약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등 떠밀지 않은 자유 결혼을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내 취향에 배반되는 티파니, 까르띠에 액세서리는 자유를 구속한다. 날 정형화된 사람으로 만든다. 고가의 액세서리를 맞추는 걸 당사자 성향을 무시하고 본인 포함 당연시하는 기조가 있다. 난 컨베이어 벨트 위, 빵틀에 갇힌 반죽이 아니다. 회사나 학교라면 타협할 의지가 있다. 그러나 결혼이다. 결혼은 신부와 내가 새가 될 수도, 물이 될 수도, 산이 될 수도 있는 삶의 계기다.


우린 사랑만으로 결혼하지 않았다 ― 결혼이 한 달 남았지만 이년 간 동거를 이어오고 있고, 공동 자금으로 구한 아파트에 살고 있으므로 사실상 결혼 상태. 직장을 갖고 삶의 비전, 현금 흐름, 자산 상태, 집안 사이의 공명, 무수히 애매하고 복잡한 것들을 고려하여 혼인을 결정했다. 우린 그것으로 사념을 멈췄다. 북적이는 식은 우리와 맞지 않다. 어깨를 조이는 턱시도, 허리를 조이는 드레스도 맞지 않다. 남 다르기 위해 청개구리짓을 하는 게 아니고 원하지 않기 때문에 고려 대상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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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용산 뒷골목을 걷다 우연히 만난 은공방을 찾아갔다. 전에 이곳에서 내 목걸이 하나, 나은이의 목걸이 하나, 그리고 후에 내 은반지를 두 개 샀다. 두서없이 방문객을 안내하는 말괄량이 같으면서도 업에 진심인 선생님에게 반해 나은과 내 머릿속에 이곳은 진하게 남았다. 결혼반지 제작을 의뢰하는 데에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굉장히 놀라셨다. 커스텀 의뢰는 처음이라고 하셨다. 우리도 설렜다. 선생님 저희도 결혼반지 제작은 처음인 걸요? 선생님과 우리는 면밀하게 디자인을 논의하고 반지에 들어갈 원석도 골랐다. 어느 정도 반지 폭이 매일 끼기에 손가락에 부담을 주지 않을지 꼭꼭 여러 사이즈를 끼워봤다.


짧은 머리 선생님의 동그란 두 눈은 고원의 양을 모는 순수한 소녀처럼 맑음이 깊어져갔다. 아주 사소한 것에도 선택을 물어주셨다. 이주 간 띄엄띄엄 문자를 주고받고 한차례 중간 논의 방문을 하는 동안 우연찮게도 한 커플이 커스텀을 또 의뢰했더란다. 은닉한 알고리즘이라도 가게를 찾는 데에 영향을 준건지 기쁘고 놀라웠다.


결혼 기념 촬영을 마칠 즈음 반지가 완성될 것 같다. 가족이 모이는 날에는 같이 반지를 끼고 서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린 가격이 아니라 의미로써 반지를 각별히 챙길 명분을 새겼다. 결혼반지를 잃어버리지 않을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는 의미, 사랑 그리고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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