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깨운 아침

by 백윤

나은이의 언니네가 고양이를 일주일 맡겼다. 우리도 익숙한 이름이다. 냥미. 레오퍼드 계통의 부드럽고 토실한 털을 가진 고양이. 언니네에 놀러 갈 때마다 차츰 가까워져, 적어도 자기 집에선 우리가 거실에 나와있어도 더 이상 숨지 않게 되었다.


자기 본래 가족이 하와이로 떠나기 전날, 냥미와 나은 그리고 나의 첫날은 시작됐다. 고양이는 전부 숨어버리지는 않지만 대게 쉬는 시간에는 음습한 침대 밑을 찾아 고독을 즐겼다. 나은은 무관심 전법, 나는 교감 전범으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냥미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효과는 있었다. 이틀차가 되자 그림자 밑으로 숨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문 틈마다 호기심을 보이며 집안 곳곳을 전보다 활발히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침대와 벽 사이의 조그마한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어떻게 빠져나오나 지켜보는 것은 나은과 나의 흥밋거리 중 하나였다. 안에서 방향을 트는 것인지 뒤로 천천히 빠져나오는 것인지 냥미는 우리를 반대로 호기심 넘치는 고양이로 만들어버리며 순회 쇼를 넉너이 이어갔다.


사흘 차, 냥미는 출근 준비로 먼저 일어난 내 앞으로 또르르 걸어오더니 배를 까고 발라당 누웠다. 옆을 쓸듯이 쓰다듬어 달라는 신호였다! 나는 기쁨으로 벅차오르는 가슴을 감추고 처음 아이스크림을 받아 든 내성적인 아이처럼, 너무 신나 보이지 않으려고 천천히 냥미 옆을 쓸었다. 미간과 볼을 긁어주는 걸 좋아한다는 게 떠올라 그곳도 열심히 조심히 긁었다. 만족한 듯 보였다. 엎치락뒤치락 좌우 옆통을 보이며 냥미는 제 몸을 비틀었다. 이날 점심부터는 완전히 자기 집이 되어, 쉬는 날의 나은 옆에 꼭 붙어 살을 부비고 똬리를 틀었다고 한다. 졸졸 따라다녔다는데, 밥을 챙겨준 나은이 더 애틋했는지 모른다.


오늘은 6월 21일 새벽이다. 새벽 네시 반에 냥미가 처음으로 울음소리를 들려주었다. 잠결이었던 난, 어디에 끼어있기라도 한 것인지 걱정되는 마음에 정신을 차리고 거실로 나갔다. 안방 앞에 서있던 냥미는 내게 눈을 마주쳤다. 왜?, 라고 묻자 자기 밥그릇 앞으로 나를 인도했다. 나은과 나는 건식, 그리고 특히 좋아하는 습식 식사를 챙겨주었다. 밥그릇 옆에는 물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 녀석의 습성을 보고, 한가득 물을 떠다 놓은 널따랗고 깊은 물그릇이 놓여있었다.


다시 잠에 드려고 했지만 냥미가 깨운 탓에 다시 잠들기 어려웠다. 나는 회사에 가서 할 일이 떠올라 머리를 얕게 좌우로 흔들며 잡념을 날려버리려 했다. 일찍 출근해 운동할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가장 좋은 건 이 시간을 이용해 글을 쓰는 것이었다. 최근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결혼과 신혼여행, 그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고찰하느라 나은과 다른 곳에 시간을 많이 썼다. 나는 책상에 앉아 우선 호주에서 가져온 기념품부터 풀었다. 벌써 2주가 넘었는데 엽서와 그림 노트를 펼쳐보지 못했다. 그리고 컴퓨터를 켰다. 얼마 전에 구입한 맥북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냥미가 선물해 준 아침 덕에 나는 오늘 글을 한 편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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