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윤 Jun 24. 2023

왜 사람을 따르는가?

대기업이 일하는 잘못된 방식


회사에 있으면 가장 놔두기 힘든 게 사람을 따르는 짓이다. 유관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우리 본부장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한다. 의사결정 체계는 한국 보통 기업은 다분히 관료주의적인데, 한국이 어느 면에서 효과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동력이 이것이었고, 이 게임에 나도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에 직장인을 선택한 주제에 게임 체인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도 이 파도에 휩쓸려 작은 뜰채 하나씩을 받아 들고, 돈으로 벼려진 플랑크톤을 일 년에 몇천만 원씩 떠내는 신세다.


그런데 사람을 따르는 짓은 의사결정 체계랑 좀 다르다. 그 사람의 인간성에 지나친 신뢰를 보낸다. 결정에 검증이 없다. 여건을 고려치 않은, 자기 조직을 — 결국 자기다. 살아남기 위해 자기를 위한 결정을 내린다. — 위한 의견을 내는데, 그걸 또 막무가내로 지지하고 따르는 자들을 보면 숨이 막힌다. 왜? 왜 그렇게 까지 그를 따르는가? 한 사람만 바라보고 앞으로 걷다 보면 주변을 살피기 어렵다. 어서, 빨리, 내 앞으로 그 보따리를 들고 오라고 했다면, 사실 그 보따리에 들어갈 물건의 공동 소유자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도 거칠어질뿐더러, 가는 길에 원래 누워있든 서있든, 원래 자리 잡던 사람을 비켜가지 못하고 툭툭치고 가게 된다. 그럼, 쏜살같이 달려온 하수인을 본부장은 쓰담쓰담 어루만져 주는데, 그게 잘못된 짓인 줄 모른다. 자기를 따르기만 하는 사람만 주변에 두르게 되니 세상을 보지 못한다. 그렇게 무례해지고 조직은 썩는다. 이게 보통의 대기업이 일하는 방식이다. 외국계는 다녀보지 못해서 모르겠고, 한국은 적어도 이렇다.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다른 세대, 다른 직위를 가진 자들 사이의 공감대다. 본부장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해해 줄 요량이 좀 있다. 그들도 회사의 주인에게 불려 가 모욕을 당하고, 실적에 압박을 느끼고, 이미 부유해져 버린 급료를 유지하기 위해, 그러니까 가족이나 자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 것이다. 그들도 아주 관대한 시점에서 보면 게임에 강제로 참여당한 사람이다. 쓸려오다 보니 더 큰 틀 채를 쥐게 된 것뿐이다. 문제의 원인은 파도를 일으킨 워터파크의 기계작동자격의 회사 주인이다. 어쩌면 그 주인도 자기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로부터 그렇게 가르침 받은 불쌍한 인격체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을 안타까워하지는 못하더라도, 길에 치이는 사람을 고려해 우리끼리의 교묘한 작전은 짜야하지 않을까?


본부장이 원칙을 어기고 자기 멋대로 하고 싶다면, 본부장님 그래서는 안됩니다, 라고 직언은 못하더라도 이 사람을 옳은 길로 또는 공리주의든 개인주의든 관련된 사람들의 최선의 행복을 보장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왜 요청대로 할 수가 없는지, 다른 부서는 왜 예정에 없던 다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자기가 '모신다'고 신적 존재로 표상한 본부장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힘없는 직원이 그로 인해 피해를 보지는 않는지, 다른 부서의 원칙이 그로 인해 흔들리지는 않는지, 그렇다면 여기에 얽힌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회사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적게 받는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지낼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런 건 한쪽으로 치워두고, 나는 내 본부장의 사람이니 내 본부장의 말만 따르겠다는 생각이 종종 보인다. 그래서 서로 본부장을 등에 업고 카운터파트의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 게 문제해결능력이라고, 모범답안엔 그렇게 쓰지 않지만 정답이라고 의기양양하는 것 같다. 본인은 보통 모르지만, 정신 차리고 회사 밖에서 보면 무엇에 씐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일은 모두가 생존 게임에 참가했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다. 그런데 올바른 결정으로 더 나빠지는 건 막을 수 있다. 왜 사람을 따르는가? 국지전으로 사람을 우상화하는 사이비종교가 횡횡하는 게 한국 대기업의 모습이다.

작가의 이전글 환락에서 사람을 꺼내는 질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