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지내냐고 물어도 마찬가지다. 나는 취미, 나이, 학교, 벌이를 묻지 않는다. 벌이는 이직을 생각 중이라 유대가 있는 사이에 업계 현황을 물을 땐 묻는다. 그러나 처음 만난 사이나 유대를 쌓는 과정에선 엑셀 컬럼의 컴포넌트가 되는 내용은 묻지 않는다. 취미도 어느새인가 남들 하니까 하는 경우도 있게 되어서 전보다 잘 묻지 않는다.
내 물음엔 의도가 있다. 의식을 깨우고 싶다. 쳇바퀴 같은 직장 생활, 돈벌이 생활은 사람의 전부가 아니다. 하늘을 좋아한다면 그게 사람의 삶이다. 요즘 피자에 꽂혔다면 그게 사람의 삶이다. 음악 독서는 좀 뻔한데,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런 것 말고도 이불 빨래할 때 상쾌하다든가 통 큰 청바지를 사고 싶은데 여간 구하기 힘들다는 게 사람의 이야기다.
생활엔 각자 목적이 있다. 있는데 발견하지 못해서 속이 비어있는 경우가 있다. 돈을 모은다. 부동산 투자를 한다. 청약을 넣는다. 그건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나도 하고 가족도 하고 모두 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생쥐가 딱딱한 대리석을 뚫고 구멍을 팠다. 그 안에 똬리를 틀고 새끼를 낳았다. 비가 오면 구멍을 막고 번개가 치면 새끼를 품었다. 그러면 비를 막고 번개를 덮으며 생각이 생긴다. 새끼를 사랑한다라든지, 집을 옮겨야겠다라든지, 무섭다 라든지.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가 처한 현실이 무엇인지 자기가 어떤 감상을 갖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을 연속해서 만나다 보면 도시 사람들이 단체로 최면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라가 지정한 목적을 따라 움직인다. 학벌, 돈, 명함 다양하다. 그런 것으로 충족이 안 되면 소소한 일상을 과장해 자랑거리를 만든다. showing off, 보여주기식 sns, 과한 식탐, 손끝이 떠나지 않는 셀피 버튼, 경제력에 맞지 않는 비싼 차, 사람들은 버겁기 시작하자 목이 부을 만큼 설탕을 때려 넣어 환락에 취한다.
그래서 묻는다. 요즘 무슨 생각하면서 지내세요? 요즘 무엇이 가장 즐거우세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회사 얘기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