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이는 내게 말했다. 당신은 스티븐 잡스만큼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스티브인지 스티븐인지 어느 쪽이 그의 본명인지 우리 사이 잠시 논란이 일었지만 검색을 통해 스티븐이 본명이며 스티브가 별명임을 알아냈다). 나는 나은이에게 고백했다, 나의 열등감을. 비교하는 자들을 분노하지만 그 이유는 내게 있다. 세뇌당한 내 사고 구조는 가진 간판을 드러내고 지키기에 특화되어 있다. 급여, 소속, 신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내 삶은 줄 세우기에서 높은 등수를 차지하는 싸움이었다. 겨우 몇백만 원 차이로 안도하고 절망했다. 합 불합에 목숨 직전을 걸었다. 내 속엔 복잡한 인간 판단 프레임이 매일 날뛰어 진정시키고 타협하고 때론 배설하고 때론 인내하는 싸움으로 편히 잠들지 못했다.
나은이가 말했다. 스티븐 잡스가 지금 네 연봉을 받는다고 자랑하며, 어떤 그룹의 계열사를 다니고 어쩌고 저쩌고 늘어놓는다면 그만큼 우스운 일이 어딨냐고. 당신은 스티븐 잡스를 닮은 스티븐 쌉스라고 날 놀렸다. 스스로에 대해 믿음이 부족하다. 난 거기까지의 인간이라고 늘상 규정당하며 살았다. 서른이 넘어도 외고를 가니 마니 등수가 높니 낮니 비교하고, 인정받으려고 순진한 경쟁에 뛰어든 어린아이처럼 생각했다. ‘생각한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정말 난 달라질 수 있을까? 이럴 때면 스스로가 싫다. 대체 난 무엇을 먹고 자랐길래 이토록 한계점이 분명하고 답답한 사고로 지내는가? 반죽에 빨려 들어갈 손톱 크기의 덩어리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내가 내 삶을 가장 방해하는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