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문화와 보수적 자본주의가 결합된 대한민국은 모순적인 나라다. 사람들은 각자 부가가치를 쫓아 움직인다. 행동의 동기는 재화다. 자산을 쌓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그 방식이 예의를 잘 지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직장이라면 윗사람, 나이로 치자면 어른, 사업이라고 하면 이런저런 사적 서열 관계에 의한 대우, 등등이 들어간다. 비즈니스랑 전혀 관련 없이 농사짓던 시절부터 전해 내려져온 연장자 공경 문화가 지독하게 자리 잡혀 있다. 개인이 자본 경쟁 하는 데에 왜 유교가? 능력과 나이의 상관관계는 인과성은 사라진 지 오래고 연관 정도가 계속 희박해지는 중이다. 경쟁 대상은 실상 구분 없이 전체인데 이 유교 문화가 비슷한 또래끼리만 경쟁 그룹이 구성된 듯 사람들을 착각에 빠뜨린다. 결국 치고받고 경쟁하지만 그 풀이 굉장히 좁아 확장 가능성이 제한되는 모습. 그렇다고 사람들이 월등하게 매너가 좋은 국가도 아니다. 서울에서 삼십 분만 운전대를 잡아보면 알 수 있다. 서울은 요즘 어딜 가도 싸움이 날 것 같은, 그래서 서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용건만 주고받는 우울한 도시로 변모해 가는 중이다.
무엇이 우릴 모순으로 인한 우울에 빠트렸는가?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급속 성장, 자본 성장을 따라가지 못한 일상 문화. 농사지었던 부모의 자식들이 다시 자식을 낳아 예전 그 대가족 서열 문화를 희석됐다 할지라도 물려줬기에, 첨단 도시임에도 여전히 그 1900년대의 공동체 문화가 잔존하는 것이다. 이제 2000년 대생들은 공감이 가지 않기 시작했기에 동조하지 않는 것이고. 내가 보기엔 더 많이 변해야 하고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60살 대리, 30대 팀장이 자기 능력껏 만족하고 어울려 지내는 게 진짜 자유다. 그리고 이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