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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윤 Jan 26. 2024

상반된 두 개의 친절함

오늘 오후에 일이 있었다. 회사에 문제를 몇 번 일으켰던 사람이 있다. 그는 카운터파트 부서에게 무례한 언행을 해 적발되었고, 더 나중엔 팀원에게 군대에서도 요새는 보기 힘들 비인간적 질책을 했다. 주변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관리자들은 엄중한 경고를 주었다. 공식적인 징계 없이 넘어갔다. 개운하지 않았고 나는 무기력하게 관찰자로서 손 놓고 있었다. 나는 당사자가 아니었고 부탁하지도 않은 대변자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오후 그는 다시 한번 자리에서 욕설을 했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이었다. 격분하여 통화를 마치더니 본인 팀장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카운터파트를 지칭하며 모욕을 줬다. 이때 내 필라멘트는 끊어졌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무개님, 욕설하지 마세요. 자리에서 욕설하지 마세요. 자리에서 다 들립니다.


큰 목소리로 단호하게 외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손발이 떨렸다. 두렵고 무서웠다. 일을 저지른 고통. 나는 당당하고 싶어서 주눅 들지 않고 걸었다. 굳이 그를 노려보는 유치한 짓을 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지내다 퇴근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뒤를 지나가다, 작년 퇴사 고민을 불러일으킨 다른 아무개와 그가 메신저로 대화하는 게 보였다. 내용은 알 수 없다. 아마도 나에 대한 뒷담화가 아닐까. 나는 무섭고 두려웠다.


있었던 일을 사실 그대로만 내 리더들께 짧게 보고했다. 공유했다고 하고 싶다.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아 말했다. 나의 관리자 둘은 메신저로 한숨을 쉬었다(나를 향한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문제에 지친 듯 보였다). 말해주어 고맙다 했다. 업무를 마치고 난 퇴근했다. 해바라기의 그댄 행복을 주는 사람, 사랑으로, 같은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떨리는 손 위에 올려놓은 채 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다리를 건너고 나서 나는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저녁을 먹어야 했다. 치킨 치아바타를 집었다. 단백질은 19그램이었다. 점심에 운동을 했기에, 직원께 이것에 오이나 피클이 들어있는지 물었다. 직접 들고 건네며 물어봤다. 요리조리 보시더니 없다고 하셨다. 난 그 치아바타와 함께 시럽 펌프를 한번 뺀 유자 민트 티를 주문했다. 기다림이 끝나고... 자리로 들고 와 덮혀진 치아바타를 써는데... 치킨이 아니라 베이컨이 들어있었다. 이상하게 치즈가 많았다. 어플로 주문된 메뉴를 찾아보니 멜팅 치즈 샌드위치였다. 직원께도 말씀드렸듯, 내가 착각한 것일 수 있지만, 메뉴가 잘못 나온 것 같았다. 나는 내려가 사정을 설명했다. 단백질 함량을 기억하며, 바로 그 치아바타를 직원께 건네어 주문했기에, 바 뒤에서 조리하는 중에 착오가 생긴 것 같다고. 그런데. 멜팅 치즈 샌드위치의 성분을 보니 놀랍게도 단백질 함량이 27그램이나 되었다. 오히려 내겐 행운이었다. 이름만 보고 들춰보지 않았었는데, 닭고기가 들어간 것보다 단백질이 많았다. 나는 여기서 원하는 대로 말했다.


주문이 잘못된 것이라면, 방금까지도 메뉴를 다시 주시길 부탁드리려 했는데... 이미 받은 샌드위치에 단백질이 더 많아 이대로 먹을게요.


직원들과 웃음을 나누고 난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빵 밑에 가득 든 치즈를 썰며 이 미끈거리는 것에 단백질이 어찌 그리 많이 들어있을까,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쓰고 보니 이것은 친절이라기 보단 상식일 수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던 일과, 원칙을 고집하지 않고 사고를 이완해 서로 좋게끔 문제를 해결한 샌드위치 해프닝, 모두 친절의 종류라고 여긴다. 나비효과처럼 번질 부정적인 에너지는 누군가 멈춰야 한다. 애써 고집부리기보단 내가 만족할 수 있는지 그것 자체에만 집중하면 행복은 커진다. 오늘 난 서로 다른 친절을 두 가지 베풀었다. 난 왜 그랬을까. 앞으로 나아가는 감각은 분명히 수반된다. 무엇이 나를 이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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