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맛의 연대
구글의 알고리즘인지 언제부터 구글맵에서 레스토랑을 검색하여 리뷰를 보면 한국인 리뷰가 제일 높은 순위로 뜬다.한국인 리뷰는 믿음직스러울 뿐 아니라 어떤 메뉴를 먹어야 하는지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같은 민족의 친절함과 연대의식이랄까. 나는 여행지에서 식당을 정할 때 현지에서 검색을 딱히 하지 않는다. 미리 인터넷으로 한국인 유튜버나 블로거들이 이미 검증한 식당을 표시해 두곤 하는데 그럼에도 그것 중에서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동선을 통해 근처에 있는 곳들을 하나하나 클릭해 본다. 이럴경우 뜻밖의 월척을 낚기도 한다. 바로 이 식당이 그랬다.
시칠리아의 식당 중에는 저녁 장사만 하는 곳도 많이 있었다. 일요일에는 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기 일 수 였는데 라구사 시골에서 일요일 문 연 식당을 찾아 헤메일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되었다. 이곳은 일요일 점심에 문을 여는 아주 소중한 공간이었다. 나의 동선상 급하게 카타니아에서 라구사에 들려 다시 노토 숙소로 이동하는 동선에서 점심을 라구사 근처에서 해야했는데 이미 표기한 식당은 비수기이자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근처 식당을 하나하나 찍어보고 있었다. 혹시나하고 찍어본 식당은 La Capinera. 라구사 한적한 외곽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구글평점이 4.5점이나 됐고 일요일 점심 영업을 한다는 것이 아닌가. 시칠리아 전통 식당으로 보였는데 매우 세련되어 보였다. 그리고 리뷰에서 발견한 단 한 명의 한국인의 극찬. 지금도 리뷰에 있는 그의 코멘트는 너무나 믿음직스러웠다.
찾기도 매우 어려웠다. 차 한 대 간신히 들어갈만한 내리막길에 여기가 맞나 하고 들어간 곳에는 이미 주차한 차가 여러대였고 식당은 매우 고풍스러웠고 실내는 매우 넓었다. 우리는 거의 오픈과 동시에 예약없이 들어갔는데 주인이 매우 난감해 하고 있었다. 이 넓은 곳이 거의 예약으로 가득찬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주인은 우리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어 안내하였다. 놀라웠던 것은 이곳은 이 동네에서 가장 핫한 식당으로 보였고 입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정장이나 맵시를 뽑내면서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대가족이 일주일에 일요일에 모여 가족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갈증이 나서 맥주를 시켰는데 시칠리아에서 메시나 맥주와 쌍벽을 이루는 'Seme dorato' 맥주가 나왔다. 무난하고 청량한 맛이었다. 시칠리아에서는 대부분 (소금맛) 메시나 맥주를 마시라고 들었는데 식당에는 이 맥주도 점유율이 높았던 것 같다. 안티파스타를 고민하다 시칠리아 전통 세트 메뉴가 있어 주문했다. 이름하야 '시칠리아 시골 음식 혼합 샘플러'. 다양한 맛을 간단하게 맛보는 것이 좋았다. 콜드 컷 살라미류와 수제 잼과 함께 나온 치즈 그리고 가지나 시금치류를 케이크형태로 만들거나 깊게 조려 파이 형태로 먹기 좋게 구성했다. 문어 스테이크 밑에 샐러드가 함께 나왔는데 드레싱이 보라빛으로 상큼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일요일 점심에는 피자는 안된다고 아마도 손님이 많아서 그런듯 보였다. 웃긴 것은 아이들이 몇 일 파스타를 먹었다고 파스타는 절대 안 먹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탄수화물이 아닌 단백질을 취하기로 하여 바베큐류를 시켰다. 진짜 아일랜드산인지는 모르겠으나 토마호크를 킬로 단위로 시켰고 이외 양고기 스테이크와 등심 스테이크까지 주문했다. 양고기에는 약간 냄새가 나긴 했다.
어느새 식당 안은 만석이었고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느꼈던 점은 이 동네분들은 레드와인 한 잔씩을 마시며 식사를 하는데 식구들이 와인을 몇 병째 까는 가족은 보지 못했다. 점심엔 이들도 간단하게 마시나 보다. 이들은 간단한 안티파스타와 다음 코스로 파스타류를 많이 드셨다. 거하게 스테이크를 산처럼 쌓아놓고 먹는 가족은 없었는데. 대부분 2대에서 3개 가족들이 함께 있었고 자리를 비운 가족들을 보니 밖에서 모두가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맛있는 아몬드 파르페 디저트와 에스프레소를 먹었는데 에스프레소는 따로 돈을 받지 않았다. 나중에 계산을 했는데 자리세(Coperto)가 인당 2.5유로였고 5인 가족 총 200유로정도가 나온 것 같다. 중소도시라 그런지 거하게 스테이크류를 많이 먹었음에도 음식의 단가는 높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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