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와 함께한 토스카나 가정 식당
이탈리아 시골 식당의 묘미를 만끽했던 곳을 소개해 볼까 한다. 우리는 몬테풀치아노에서 볼로냐로 가는 동선에서 중간 피렌체 근방에 위치한 ‘더몰(아마도 피렌체를 지나는 여행객들이라면 한 번씩은 들리는 곳인 듯)’이란 아웃렛에 들리기로 했다. 얼추 점심시간쯤 도착할 듯한데. 점심을 어디서 할지가 고민이었다. 사실 가고 싶었던 곳은 - 아마도 넷플릭스에도 나왔던 - 유명한 스테이크 와인 무한리필 및 오마카세 맛집 ‘Antica Macelleria CECCHINI‘이 있었는데 이곳은 무려 점심 식사 시간이 3시간에 육박했다. 나는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되면 아웃렛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 관계로 다른 가족들은 반대를 하였다. 그래서 결국은 아웃렛 근처에서 빠르게 식사를 하고 아웃렛으로 이동하기로 잠정 합의하였다.
나의 식당 찾기 신공을 발휘하여 아웃렛 근방 30분 근처에 있는 모든 식당을 구글지도에서 찍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견한 'Fabri home restaurant'. 목가적이었다. 구글지도에서 이런 사진들에 끌린 것이다. 거리도 적당하다. 바로 전화로 예약을 진행했다. 5명. 그런데 저녁이 되어 아웃렛에 진심인 분들께서 식사를 거르고 몰에서 간단히 먹겠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음식에 진심이니깐 몰을 가지 않고 아이들과 셋이서 해당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몰에 내려주고 우리는 식사를 하고 다시 몰로 픽업을 하기로 했는데. 혼자서 애들 두 명을 해외에서 케어한 적이 없기에 긴장이 되긴 했다.
몰에 내려주고 30분 이상을 네비만 의존해 가다 보니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한 겨울의 시골 식당. 마당에는 거위 때를 풀어놓았는지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무서움반 신기함반이었다. 딱히 식당이라 할만한 비주얼은 아니었다. 내가 본 구글의 사진은 모두 날씨 좋은 때였을 듯. 을씨년스러운 시골 창고건물이 앞에 있는데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우리가 주변에 쭈빗거리니 웬 할머니가 나오셨다. 당연 영어가 안되시는 할머니는 저쪽으로 들어가라고 하는데. 거긴 가정집인데? 2층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거기 아니라고 1층이란다. 근데 거긴 웬 창고 같았다. 큰 테이블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할머니는 눈짓으로 뭐 먹을래 하신다. 난 우린 예약했고 메뉴’ 판을 달라고 한 거 같은데. 알았다고 하시며 사라지셨다. 그리고 한 동안 그 창고 같은 홀에는 우리 셋만 앉아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응가를 하겠다고 난리였다. 다시 차에 왔다 갔다 하면서 애덜 케어를 하고 나니 나도 진이 빠지고 있었다. 그냥 빨리 먹고 나오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마도 그 ‘메뉴’란 ‘코스’로 알아들으셨음이 분명하다. 시간이 지나서 집주인이자 주방장 아저씨가 나오셨다. 영어가 안 되는 아저씨와 제3 언어에 강한 내가 만났다. 그는 와인 한 병을 내오셨는데 유기농 유기농(유기농이란 단어는 아셨다)을 외치신다. 와인과 모든 음식은 모두 본인이 직접 농사짓는다고 몸짓과 이탈리아어로 말씀하셨는데 나는 그것을 찰떡처럼 알아들을 수 있었다. 특히 아저씨는 내가 어떻게 알고 여기를 예약했는지를 궁금해했는데. 그건 설명이 불가능했다. 그저 구글! 구글!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코스로 뭔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와인은 유기농이라지만 그냥 동네에서 만들어서 나눠 먹는 그런 정도의 와인이었는데 나는 운전을 해야 해서 가볍게 맛만 보았다. 테이블 뒤쪽에 주방이 있었는데 음식이 하도 안 나와서 들어가 봤는데. 이런 모습이었다. 아저씨와 할머니의 수다가 정신이 없었다.
첫 번째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치즈와 햄 플레이트/빵테토마토/이걸 뭐라 해야 하나.. 고기완자(안은 약간 만두소처럼 고기와 야채들) 튀김? 이 나왔다. 완자튀김은 아이들도 잘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수제 토마토 파스타. 아이들도 나도 맛있게 먹었다. 배는 얼추 차기 시작했다. 음식은 다 먹지도 못하고 있는데 3번째 고기류가 나왔다. 소시지와 돼지고기류 닭날개로 보였다. 더 이상 먹기 힘들었는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꾸역꾸역 먹고 있었다. 이제 시간도 얼추 되었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난색을 보였다. 스테이크가 더 있단다. 모르겠다 미디엄레어로 해주세요. 그리고 나온 스테이크. 이걸 먹는 둥 마는 둥. 아마도 음식은 어제 5명 예약했다가 3명으로 변경했는데 아저씨가 그냥 그 정도로 음식을 준 게 아닐까도 생각했다. 마지막 디저트와 에스프레소까지.
아저씨는 나에게 구글에 리뷰를 올려달라는-그런 의미로 보였다- 부탁을 했다. 음식이 많이 남았는데 왜 맛이? 아니 아니요. 죽을 만큼 배가 불러요. 그럼 음식 좀 싸줄까? 아니 됐어요. 아니 싸줄게. 아저씨는 우리가 맛있게 먹은 고기완자를 큰 도시락통에 한가득 싸주셨다. 계산서를 달라고 했는데. 진짜 가격이 궁금했다. 바가지를 씌우면 어쩌지 하고 걱정도 되었다. 그리고 이처럼 예산서를 주셨다. 물론 아이나 어른이나 같은 금액 인당 40유로(겠죠?)로 보이나 마지막 아저씨의 푸근한 미소는 긴장했던 마음이 녹아내렸다.
한국에 돌아와서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은 아저씨가 리뷰글을 올려달라는 것을 계속 올리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리뷰를 단 적도 없거니와 뭐라고 올려야 할지도 몰랐기에. 실망하고 계시겠지? 그냥 간단하게 올려보자고 생각하고 몇 달이 지나서 리뷰를 올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구글에서 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내 리뷰가 1000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2000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들어가 보니 한국분들 리뷰도 보이고. 나 때문에 유명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약속을 지켰다. 이곳은 날씨 좋은 날 야외에서 이탈리아의 전통 가정식을 맛보기 좋은 곳이 아닐지. 다시 갈 의향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