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산 맥주 브루어리 현장 방문
생맥주와 캔맨주 중 선택하라면 당연 생맥주다. 캔맥주의 안정적이고 시원한 맛도 좋지만 생맥주의 목구멍에 고통이 느껴질 정도의 신선하고 살아있는 탄산의 맛이 갈증을 더욱 잘 잡아준다고나 할까.
한국 맥주맛에 대한 선호도. 일본 맥주맛에 대한 의견도 분분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맥주에 대해서는 칭다오나 하얼빈 맥주 이외에는 잘 알려진 것이 없다. 예전에 중국사람이랑 얘기하다가 술을 가장 잘 마시는 지역이 어디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칭다오맥주의 본고장인 ‘청도’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들과는 절대 대적하지 말라고 했다. 자기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고 했다.
청도라고 표현했지만 예로부터 산둥지역이 술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번 여행지인 제남-을 들리지도 않았지만- 근처에 주목적이었던 그 유명한 ‘타이산’ 등반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타이산 맥주가 유명하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 근방에 맥주브루어리 공장이 있다고 해서 방문하기로 했다.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고 해서 신청도 했다. 투어프로그램은 1인당 40위안이었고 맥주 3~4잔이 포함된다고 했다.
산행이 주목적이었지만 산행에서 딱히 할 말은 없는 점은 이해해 주시길. 우리는 배가 너무 고팠지만 예약시간도 애매해서 근처에서 뭐라도 간단히 먹고 투어 하기 위해 무작정 택시를 탔다. 택시가 점점 시외로 빠질수록 잘하면 근처에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의심이 들기도 했는데 역시나 근처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맥주가 알코올 든 빵이라 생각하고 점심대신 맥주나 마셔보기로 했다.
1층 프런트에서 입장하고 예약자라 말하니 시간이 남았으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특히 현재 초등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견학을 와서 시간이 약간 딜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왜 맥주 공장에 초등생들이 견학을 오는지 갸우뚱되긴 했다. 우리보다 먼저 온 젊은 여성 몇 분이 투어를 하고 있는 듯 보였는데 함께 온 선생님인가 했는데 아이들에게 눈길도 안 주고 시음도 하시길래 아니겠지 했지만 나중에 보니 선생님이 맞으셨다.
1층에는 시음 및 맥주를 살 수 있는 커다란 냉장고가 비치되어 있었다. 배가 고픈 우리는 맥주를 몇 병 꺼내마셨는데 마땅한 안주가 없었다. 직원분이 해바라기 씨앗이 든 스낵과자를 듬뿍 주셨다. 서비스라고 했고 그 맛은 중국의 향이 듬뿍 느껴졌다. 계산은 나중에 하라고 했다. 시간이 되자 영상을 보면서 투어는 시작됐다.
전날도 우린 타이산맥주를 마셨는데 병에 쓰인 7이란 숫자의 의미를 잘 몰랐는데 설명을 들으니 단, ‘7’ 일간만 유통되는 효모가 살아있는 맥주라고 했다. 품종은 헤페바이젠인 밀맥주로 신선함이 생명이라고 했다. 유통기간이 한정적이라 수출은 거의 불가능하고 중국에서도 근처 지역에만 유통된다고. 최근에 중국남방지역 공장을 짓게 되어 광저우 남쪽지역을 중심으로 유통된다고 한다.
앞쪽에서 봤을 땐 잘 몰랐으나 뒤로 돌아가니 거대한 공장의 스케일이 느껴졌다. 밀은 중국 신장 쪽에서 재배되는 곡물을 사용하나 이외 홉이나 맥아 등은 독일제를 사용한다고 한다. 특히나 놀라웠던 점은 이 큰 공장에 이날 본 직원은 채 10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 거의 모든 생산이 자동화되어 있었다. 독일에서 수입한 기계라고 설명했지만 조만간 우리 제조시설에서 인간이 사라지는 미래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이들은 이 지역의 유일한 민간 맥주 제조 회사라고 했다. 다른 소규모 양조장은 칭다오맥주가 다 인수를 했지만 본인들만 유일하게 거대 자본에 대해 맞서 묵묵하게 일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의 맥주가 가까운 한국등에도 수술했으면 바람을 이야기했다. 제일 마지막 코스가 코믹했다. 바닥을 약간 경사지게 만들어 술 취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단다. 그들의 노력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내가 알딸딸해서 그런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 투어를 마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넘버 7 타이산맥주를 다시 맛보았다. 설명을 듣고 마시니 더욱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빈속에 그리 마셔도 알딸딸한 정도라 내가 이리 술을 잘 마셨나 생각도 들고 정말 술만 마셨는데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도대체 몇 도인지보니 2.5도였다.
아. 이래서 취하지 않았구나. 직원은 효모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알코올 도수를 높이지 않는다고 했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면 유통 기한을 늘릴 수 있지만 알코올이 특유의 홉이나 맥아의 향을 잡아먹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도수가 높은 다른 맥주 브랜드도 있다고 했다. 흑맥주를 하나 골라 마셨봤는데 맥주의 맛은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다. 맥주가 약간 달콤한 향이 났던 것도 효모가 미친 듯이 알코올을 내뿜지 못하도록 고안해 낸 것이 아닐까 했다.
투어를 마치고 시작 전에 먹었던 맥주값을 계산하려는데 됐다고 했다. 안 받는 건지 투어비에 포함되어 있는 건지는 불분명했다. 그리고 우린 나오면서 맥주를 사려고 했는데. 넘버 7 생맥주도 포장이 된다고 했다. 2리터, 4리터가 가능하다고. 고민하던 친구나 나는 4리터를 선택했다. 4리터의 가격은 100위안이었다. 사람 머리만 한 맥주병을 안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은 호텔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둘이서 4리터를 마셨어도 배만 불렀지 그다지 취하지는 않았다는. 가장 신선한 맥주를 현지에서 마음껏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