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의 기술 스물한 번째 이야기
왜 있잖아?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그때 그 상황이 떠오른 것.
어떤 음악은 나의 첫사랑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음악은 이별의 그 순간이 떠오르기도 하고
음악이란 아주 신기한 것이지.
어떤 음악은 나에겐 힘겨움을 이겨내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란 영화에서 흘러나왔던 바로 그 노래 ‘Mr. Blue Sky’ 이야기
그날도 나는 병원 중환자 집중치료실 밖에 앉아 있었어.
중환자실 면회는 하루에 단 2번
각 30분 정도의 시간만 할애했거든
막상 면회를 들어가도 어린 아들과는 대화할 수 없었어.
아직 아들은 수술 직후 깨어나지 않고 있었거든.
유리창을 통해 누워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냥 아무 얘기나 했어
일어나면 여행 갈 이야기,
회사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장난감 이야기.
그때 아이가 손가락을 움찔 하는 거야.
동생이 너의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다는
얘기에 반응을 하는 거야.
의사도 놀라더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던 의사도 갑자기 아이옆으로 와서 계속 얘기하라는 거야.
본인 장난감에 애착이 있던 아이는 계속된 장난감 얘기에 의식이 돌아오는 것 같았고.
이후 녀석이 좋아하는 아이언맨 등 마블 시리즈 이야기.
누가 더 센 지를 풀어내고 있으니 갑자기 눈을 뜬 거야.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면회 시간 구애 말고 계속 옆에서 이야기해 달라고 하더라고. 아이가 어려서 오히려 이런 방식이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아이의 의식은 돌아왔지만
몇 일간은 움직이지도 말도 하지 못했지.
나는 그때 태블릿 반입을 요청했고
의사도 흔쾌히 허락을 했어.
하루 종일 말만 해야 하니 힘들기도 하지만
소재에 한계도 있더라고.
그때 아이 앞에 마블 시리즈 영화를 보여줬는데
그 눈빛은 기억나.
화면에 집중하던 모습을.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바로 그 영화 <가디언즈 갤럭시> 보게 되었지.
바로 그 장면 ‘Mr. Blue Sky’가 흘러나오고
엄청난 전투가 치러지는 와중에
주인공은 이 음악을 오롯이 감상하며
고상하게 전투를 하는 장면
아이는 웃고 있었어.
언제부터인가 해당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이때가 생각나
암울하고 모든 것이 무너졌던
절망의 시절에 한 줄기 빛이 되었던
음악이 매우 경쾌한 스타일이라 맞춰서 감정도 올라가는
나를 밝고 가볍고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노래.
언제 들어도 말이지
아들은 그때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본인은 병원에 입원한 건 기억나지만
며칠이 흘렀는지.
본인에게 어떤 일이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도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해.
나도 꿈을 꾼 것 같고.
이미 몇 년 전의 이야기지만 나에게 너무도 생생한
그래서 나의 세뇌에 도움이 되는 이 노래는
어쩌면 이 노래 자체가 아니라
이 노래를 들으며 떠오르는 그 상황
그 속에서 지금은 미소를 떠올리며 기억해 낼 수 있는
그 시절이 떠올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