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80%는 평생 적어도 한 번 이상 허리통증을 경험한다. 30대인 내 주변에도 벌써 '허리 아프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과장된 통계는 아닌 듯하다.
허리 통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코어 운동을 열심히 해서 허리 통증을 이겨내겠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먼저 허리 통증의 원인에 대해 알아보자.
허리 디스크는 수핵(Nucleus Pulposus)과 섬유륜(Annulus Fibrosus)으로 구성되어 있다.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는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Disc)가 있다. 건강한 디스크에 강한 힘이 가해지거나 작은 압박이라도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디스크 중 후방 섬유륜에 살짝 찢어지는 손상이 갈 수 있다. 우리가 칼에 베이면 아프듯, 디스크에도 통각 신경이 분포해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이것을 디스크성 요통(Discogenic pain)이라 부른다. 칼에 베인 상처가 아물면 통증이 사라지듯, 시간이 지나 손상된 디스크가 아물면 통증이 좋아진다.
허리 디스크의 정확한 의학적 명칭은 추간판 탈출증이다.
한편, 이렇게 작게 찢어진 디스크를 잘 보호하지 않고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들을 반복하다 보면 후방섬유륜의 찢어진 부위가 커지게 되고, 안에 있던 수핵이 찢어진 부위로 흘러나와 디스크 탈출증이 생길 수 있다. 허리 통증뿐 아니라, 흘러나온 디스크가 허리 신경을 누르며 다리가 저린 증상(방사통)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추간판 탈출증, 흔하게 허리 디스크라고 하는 통증이다.
우리가 살면서 칼에 베여보지 않은 사람이 없듯, 디스크 손상은 누구나 생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칼에 베인 상처를 자꾸만 벌리면 잘 낫지 않듯, 디스크 손상이 있을 때 잘 보호해줘야 한다.허리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거나 허리를 지속적으로 구부렸다 폈다 하는 운동은 칼에 베인 상처를 자꾸 벌려보는 것과 같다.
서울대학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님이 쓴 책 [백년허리]에 소개된 걷기 자세
찢어진 허리 디스크를 낫게 하는 유일한 운동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걷기'이다.
허리를 꼿꼿하게 펴는 이유는 요추 전만(Lordosis)의 자세를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칼에 베인 피부의 상처가 맞닿아있어야 낫듯, 요추 전만의 자세를 유지하면 찢어진 디스크가 붙어있는 위치가 돼서 회복할 수 있다. 요추 전만을 유지하는 것을 '척추 위생'이라고 한다.
걷는 행위는 적당한 체중부하를 디스크에 줘서디스크 세포의 활성도를 높여 수핵의 수분 함유를 높이고 섬유륜 상처를 아물게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걸었던 시간만큼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강한 허리 코어 근육은 디스크를 보호한다. 허리에 힘이 가해질 때 허리 근육이 척추뼈를 단단히 잡아줘서 완충작용을 하고 안정성을 높인다. 하지만 디스크가 손상된 상태에서 근력 강화운동을 하게 되면 찢어진 디스크는 압박을 받아 더 찢어질 수 있다. 따라서 허리 근육 강화운동은 디스크가 손상되기 전 혹은 완벽하게 나은 다음에 해야 한다.
코어 강화 운동은 허리통증이 없을 때 해야한다.
요약하자면, 허리 통증이 있다면 허리를 꼿꼿이 펴는 올바른 자세(척추 위생)와 함께 기다려주고 틈틈이 걷자. 그리고 시간이 흘러 허리통증이 없어진 후에는 다음에 올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허리 코어 강화 운동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