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 Jin May 19. 2023

척추관 협착증 vs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

내 병이 뭔지 정확히 알자

"제가 허리디스크인가요? 아니면 척추관 협착증인가요? 저번 병원에서는 척추관 협착증이라고 하던데..."


환자들이 많이 헷갈려하는 부분이다. 창피한 기억이지만 나도 레지던트 1년 차 때 환자들이 둘의 차이점을 물어보면 명확 답을 몰라 얼버무렸던 기억이 난다.


둘 다 똑같이 척추관(Spinal canal) 안에 신경이 지나는 길이 좁아진 상태다. 하지만 원인도 다르고 증상도 다르기에 명확히 구분되는 질환이다.



디스크가 뒤로 튀어나와 신경을 누른다면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


Rakesh, B. and Wang, Y. (2018) A Review. Open Journal of Orthopedics.

디스크는 내부에 수핵(Nucleus Pulposus, NP), 외부에 섬유륜(Annulus Fibrosus, AF)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바르지 않은 자세, 허리에 부담이 가는 자세 등으로 작은 손상이 중첩되면 후방 섬유륜조금씩 찢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위 사진처럼 수핵이 뒤로 밀려 척수 혹은 신경뿌리를 누르고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그 결과 환자들은 허리 통증과 함께 하지로 뻗치는 기괴한 다리 통증, 방사통을 느낀다.




디스크, 후방관절, 황색인대가 모두 신경을 누른다면 척추관 협착증


Facet Joint Syndrome, Facet arthropathy Mayfield Brain & Spine Cincinnati, Ohio (mayfieldclinic.com)

우리가 손목관절이 있어서 손목을 돌릴 수 있듯, 척추에도 후방관절(Facet joint)이 있기 때문에 허리를 구부리고 피는 동작을 할 수 있다.


척추에 충격이 가해지면 디스크에서 92%, 후방관절에서 8% 정도 충격을 흡수한다. 디스크가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되면 디스크에서 하중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후방관절로 하중을 분산한다(40%). 자연스럽게 후방관절에 퇴행성 변화가 오며 두꺼워진다. 밭일을 많이 하신 할머니들의 손가락이 퇴행성 관절염으로 두꺼워진 것처럼 말이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두꺼워진 손가락 © Springer Science+Business Media


한편, 척추에는 황색인대(Ligamentum flavum, 혹은 yellow ligament)라는 구조물이 있다. 이는 척추 후방 구조물인 후궁(Lamina) 사이를 연결하는 인대조직이다.

노란색이 황색인대로 후궁 사이를 연결하는 부드러운 인대조직이다. Lumbar Spinal Canal Stenosis - 脊椎脊髄の病気と治療 (shibire2.com)


반복되는 기계적 인장력(양 끝에서 잡아당기는 힘)을 받고 노화가 진행되면 탄성은 점차 줄고 강도는 강해지고 섬유화가 증가한다. 이러한 변화는 황색인대를 두껍게 만든다.


Lumbar Stenosis (spectrumhealthcare.com.au)

앞에서는 퇴행된 디스크가 밀고, 뒤에서는 비후된 후방관절(Facet joint hypertrophy)과 비후된 황색인대(Ligamentum flavum hypertrophy)가 미는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척추관(Spinal canal)은 매우 좁아지게 되고, 이를 척추관 협착증(Spinal stenosis)라 일컫는다.



척추관 협착증의 주요 증상은 간헐적 파행(Claudication)


관 협착증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걷다가 힘들어서 쉬었다 가셔야 하나요?"

"얼마 걸으면 쉬었다 가시나요? 5분? 100m?"


간헐적 파행이란 걸음을 걷다가 허리 통증 또는 하지 방사통이 심해져서, 혹은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때문에 더는 걷기 힘들어 쉬었다 가야 하는 현상반복되는 걸 말한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아서 쉬면 증상이 잠시 좋아진다.


얼마만큼 한 번에 걸을 수 있는지가 환자의 협착 정도를 체크하는 기준이 된다.




정리하자면 어린 나이에서는 디스크(후방 섬유륜)가 찢어지다가 뒤로 밀려 나와 디스크 탈출증을 일으켜 다리 저림 증상(하지 방사통)을 일으킨다.


이렇게 디스크 손상이 계속되는 나날들을 보내면, 나이가 들어서는 후방관절 및 황색인대도 커지게 되어 신경이 전방위적으로 눌리게 된다. 이때는 걷고 쉬었다를 반복해야 하는 간헐적 파행 증상이 나타난다.


이제 내 병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알도록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목 뒤 근육이 아파요. 목 디스크일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