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 Jin Feb 06. 2024

건강한 후회하기

살아간다는 건 적어도 얼마간의 후회를 쌓는 일이다.

요즘 재밌게 보는 드라마가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포스터

대략 내용은 이렇다. 강지원(박민영 배우)은 말기 암 투병 도중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그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10년 전으로 회귀했다. 본격 2회 차 인생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절친을 내 남편과 결혼시켜 나의 시궁창 같았던 인생을 절친에게 선물하고자 한다.


요새는 웹툰, 드라마에서 회귀물이 유행이다.

시청률 26%까지 기록했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모든 결과를 다 아는 상태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제대로 된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행보를 보면 사이다를 넘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확실히 지금 우리의 인생들은 후회의 연속인 듯하다.



미래학자 다니엘 펑크에 의하면 후회는 4가지 종류가 있다.


1. 삶의 안정적 인프라를 만들지 못한 기반성 후회

2. 성장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대담성 후회

3. 양심적이지 못한 일에 대한 도덕성 후회

4. 더 사랑하고 손 내밀지 못한 관계성 후회



이 중 기반성 후회관계성 후회가장 흔하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관계성 후회가 제일 커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까?



후회는 감정소모도 클뿐더러 부정적인 감정처럼 느껴진다.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한 결과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선의 결정을 하고 싶어 한다. 사전에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최악의 결과를 상상하며 플랜 B, C 등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러다 보면 역설적이게도 아무 선택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아무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므로 후회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행동한 것보다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더 많이 후회한다. 이미 행동한 것에 대한 후회는 선택지가 있어 수습할 기회가 있다. 반면 무행동으로 인한 후회는 아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나도 개인적으로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거라면 하고 후회하자'라는 삶의 모토를 가지고 있다.


최선의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냐하면 최선의 선택이란 것 자체가 이미 결과를 알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회귀해서 지금 이 순간에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적당히 만족스러운 결정' 정도를 하면 된다. 그 뒤 자연스럽게 오는 후회로부터 교훈을 얻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으면 된다. 후회의 사전적 정의는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이다.


적당히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자. 그리고 건강한 후회를 하자. 건강한 후회는 우리를 과거에 잡아두지 않는다. 우리의 시선을 현재, 그리고 미래에 두게 한다.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지금 하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언제 했는지도 모르는 사소한 선택들이다.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 보면 이런 대화가 나온다.


"어쩌다 파산했나?"

"두 가지 방법으로. 점진적으로, 그리고 갑자기."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둘러싸인 인생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그리고 갑자기 무너져 내릴 것이다. 반대로 건강한 후회로 적당히 만족스러운 하루를 살다 보면 점진적으로 그리고 갑자기, 행복한 나를 발견할지 모른다.


살아간다는 건 적어도 얼마간의 후회를 쌓는 일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