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첫 번째 할 일은 '버리기'다. 하지만 의외로 버리기 위해 집을 정리하다 보면 새로운 물건을 발견한다.
베란다를 정리하다 보니 선물 받고 쓰지 않았던 캔들 워머가 생겼다.
부엌 수납장을 정리하다 보니 뚜껑도 채 열지 않은 유자차, 모과차가 생겼다. 유통기한이 올해 6월까지인 스틱 커피는 덤이다.
화장대를 정리하다 보니 새 스킨&로션, 선크림이 각각 3개가 넘는다. 3년 전에 산 향수는 내 기억 속에서 잊혔던 만큼 먼지가 가득하다.
일어나지 못할 것을 대비한 여분의 알람은 국룰(?)
새벽 5시 30분, 거실에 충전해 놓은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옆에서 툭툭 치는 와이프의 팔꿈치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난다. 알람이 꺼진 핸드폰을 들고 방으로 돌아갈까, 화장실로 양치하러 갈까 잠시 고민한다. 일단 양치를 먼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화장실로 들어간다. 고양이 세수까지 하고 나오면 얼추 잠이 깬다.
어느새 책상이 되어버린 식탁
아직은 제법 쌀쌀한 거실 공기에 서둘러 커피 포트에 물을 올린다. 유자차, 모과차, 스틱 커피 중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캔들 워머를 켜고 책상에 앉는다. 주황색 촛불 색이 아늑하다. 단 것이 안 당기는 날에는 따뜻한 스틱 커피를, 약간 배고픈 느낌이 드는 아침에는 유자차나 모과차를 먹는다. 그리고 고요하게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어제 다 읽은 책의 독후감을 기록하기도 하고,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노트에 필사하기도 한다. 독서는 웬만하면 한 챕터 혹은 두 챕터 정도만 읽으려 한다. 출근하는 길에 곱씹으며 생각하기에 그 이상은 무리기 때문이다.
새벽 6시 45분,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에서 새로운 알람이 울린다. 이제 씻을 시간이다. 스킨, 로션을 아낌없이 바른다. 선크림도 잊지 않는다. 얼른 다 써야 새로운 걸 써서 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뿌리지 않았을 향수도 뿌리고 향기롭게 출근한다.
미니멀리즘은 물건을 최소한으로 쓰고, 아껴 쓰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내가 가진 물건을 최대한으로 사용하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곁에 두지 않는 걸 의미한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전의 내 아침은 무미건조했다. 무엇을 마시지도 않았고 캔들 워머를 켜지도 않았다. 귀찮아서 스킨만 대충 바르고 출근했다. 하지만 버리려고 하다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파악하게 되었고 아침은 더 풍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