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수술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다. 수술하면 더 안 좋아진다는 미신 아닌 미신(?)을 믿는 분들도 있고, 마비가 올 수 있다며 꼭 수술해야 한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질병에 따라 얘기가 많이 달라지겠지만 이번에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허리 디스크(정확하게 말하면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베인 상처가 시간이 지나면 아물듯, 허리디스크도 자연 치유는 안 되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 튀어나온 디스크도 흡수되어 사라진다!
Chang et al. Spontaneous regression of lumbar herniated disc. J Chin Med Assoc. 2009
실제 환자 사례를 보자.
A&B 사진에 표시되어 있는 부분을 보면, 요추 4번 - 요추 5번 사이에 디스크가 왼쪽으로 돌출되어 나왔다. 환자 분은 허리 통증 및 좌측 다리 방사통을 심하게 호소했다. 하지만 마비 등의 증상은 없어 보존적 치료(약물치료, 휴식)를 시행했다.
C&D 사진은 30개월 이후의 mri 사진이다. 이전에 보이던 디스크 돌출은 거의 흡수되어 없어졌다. 환자 역시 증상은 호전되었다.
Chang et al. Spontaneous regression of lumbar herniated disc. J Chin Med Assoc. 2009
다른 환자를 보자.
A&B 사진의 표시된 곳을 보면, 요추 5번 - 천추 1번 사이의 디스크가 왼쪽을 심하게 누르고 있다. 환자는 심한 요통과 좌측 다리 방사통, 그리고 간헐적 파행(Claudication)을 보였다. 하지만 역시 마비 등 신경 증상은 없었기 때문에 보존적 치료(약물 치료, 휴식)를 시행하였다.
14개월 후의 사진 C&D 를 보면 이전 튀어나왔던 디스크 대부분이 흡수되어 사라졌음을 볼 수 있다.
튀어나온 디스크는 왜 없어진 걸까?
튀어나온 디스크가 자연히 없어지는 현상은 1984년 처음 발견했다. 아직까지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두 가지 유력한 가설이 있다.
1. 디스크의 탈수화(Dehydration of Herniated Disc)
- 원래의 젊은 디스크에는 물 성분이 많다. 그래서 mri를 보면 젊은 디스크가 하얗게 보인다. 하지만 튀어나온 디스크는 물 성분을 급격하게 잃으며 탈수화되고 그래서 수축이 일어나 사라진다는 가설이다.
2. 염증 반응으로 인한 흡수(Inflammation-related Resorption)
- 가장 유력한 가설
- 디스크가 튀어나와 척추 신경이 있는 척수강으로 들어오면 우리 몸은 튀어나온 디스크를 '외부 물질(Foreign body)'로 인식한다. 따라서 외부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면역 시스템이 작용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켜 대식 세포 등이 튀어나온 디스크를 없앤다. 마치 우리 몸에 나쁜 세균(외부 물질)이 들어왔을 때 세균을 없애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디스크 수술은 언제 필요할까?
연구에 따르면,
젊을수록(<40세) 그리고 튀어나온 디스크가 클수록 자연스럽게 디스크가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6개월 ~ 1년 이내에 디스크가 흡수될 확률이 35 ~ 63% 정도 된다.
그러므로 디스크가 자연스럽게 흡수될 시간을 벌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보존적 치료이다.
약물 치료, 휴식, 주사 치료를 통해 디스크 자체를 없애기보다 디스크로 인한 통증들을 조절하며 디스크가 자연스레 없어지는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하지만 6주 이상의 보존적 치료(약물 치료, 주사 치료)에도 불구하고 허리 통증 및 다리 방사통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하지 마비의 증상이 있거나 대소변 장애가 생긴다면 응급 수술을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