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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일한 사대생 Jul 16. 2023

발작버튼 '오마카세'



  각자마다 요즘 흔히들 말하는

'~인 여자 거른다' 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인스타 중독, 휴가마다 호캉스, 유럽여행 사진으로 도배된 SNS, 워홀 경험, 아이폰 쓰는데 액정 깨져있는 것, 문신녀, 노처녀, 이혼녀, 소비력 심한 여자 등등등


다 존중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여자인 입장에서 드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기준인 것도 많고 꽤나 합리적인 거름망인 것도 있다. 여기서 '터무니없는' 것의 기준은 단순히 그런 기준으로는 '너무 많이' 걸러지니 그러다간 여자 못 만난다, 이런 개념은 아니다. 눈을 높게 가질 수도 있지. 하지만 A를 거르고 싶어서 거름망을 걸었는데 A인 여자가 남기도 하고 걸러지기도 하며 중구난방이라면 그건 분명 잘못된 거름망일 것이다.




오늘은 그중 많은 남자들의 발작버튼인 

 [오마카세]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주방장에게 그날 먹을 모든 음식을 일임하는 개념인 오마카세는 일본어다. 일본에서 시작된 문화다. 비슷한 의미로 [가이세키]라는 단어가 있고 한국에서는 보통 마카세와 거의 같은 맥락으로 쓰인다.


고로 '오마카세'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첫 이미지는 일식집에서 먹는 초밥 오마카세인 것이 아무래도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런 오마카세가 비싼 경우에는 1끼 식사가 50만 원 가량을 호가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 끼 식사 50만 원이라...



 혹시 듣기만 해도 막 할 말이 끓어오르는가? 내 안의 부캐 국밥충이 막 날뛰기 시작할 수도 있다. 나는 국밥 특으로 사 먹기도 아까워 미치겠는데, 저 사람들은 뭔 돈이 있어서 한 끼에 50만 원을 태우나, 싶을 수도 있고, 저렇게 돈도 안 모으고 밥값에 50만 원씩 태우던 사람이 어쩌면 내 미래 가족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하니 아찔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나도 협찬 제외 오마카세 내돈내산 해본 적이 없다. 너무 아까워서였다. 아직까지는!) 



이에 대해 두 가지 관점으로 의견을 전개해 보겠다.



✔️오마카세가 비싸서 화난 사람들

-> 오마카세는 과연, 정말 비싼가?


✔️별게 다 오마카세라며 화난 사람들

-> 문화의 확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첫째, 오마카세가 비싸서 화난 사람들에게



오마카세는 과연 정말로 비싸고, 사치인가?



본인 분수(=벌이 및 재산)에 맞지 않게 소비하는 것은 분명 사치다. 고로 사치의 기준이 맞는 사람끼리 만나야 한다는 것. 어떠한 서비스의 가격이 '객관적'으로 창렬인지 아닌지를 열렬히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그니엘 꼭대기로 룸서비스 가는 삶은 계란이 1만 8천 원인(현재는 2만 2천 원으로 인상)것을 보고 "소비자를 호구로 본다", "돈지랄"이라며 욕할 이유가 없다. 안타깝지만 삶은 계란 2만 원에 벌벌 떠는 당신이 시키라고 만든 서비스가 애초에 아니니까! 정말 아무도 당신을 호구로 보지 않았다.



시장경제는 차갑고 냉정하다.


어차피 시그니엘 꼭대기 거주하는 사람들은 편의점 감동란과 룸서비스 삶은 계란의 가격차를 크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일타강사 이지영 씨가 그랬지 "이거 어떻게 들으실진 모르겠지만, 짜장라면과 캐비어와 송로버섯의 가격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벌면 이것(=컵라면)도 맛있어요^^"라고. 어떤 서비스 그 자체가 비싼지 비싸지 않은지는 본인이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판단해 줄 것이다. 이런 속담이 있다.


비싼 놈의 떡은 안 사 먹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연진이가 말했다

그러게 모시고 살 가방을 왜 사?ㅋ


암튼 특정 오마카세가 정말 비싸다면 

그곳은 몇 달 뒤 폐업할 테니 걱정 붙들어 매시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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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게 다 오마카세라며 화난 사람들에게 


 오마카세는 정통 일식에서부터 시작해 그 문화가 도입된 초입에는 거의 대부분이 일식이고, 거의 대부분이 고가의 식사였던 것이 맞다.


하지만 요즘은?

점점 저렴한 가성비 오마카세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이들이 많이 생겼다. [오마카세 런치 19000원, 디너 3만 원 파격특가] 같은 문구에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예 초밥이 아닌 한식, 중식, 세계음식 등으로 구성된 오마카세도 생겼다. 계속해서 오마카세라는 키워드가 먹히니 너도나도 그 말을 가져다 쓰기 시작한다.


시장에서 파는 이모카세, 순대 오마카세, 카페에서 먹는 커피 오마카세, 디저트 오마카세 심지어 나는 분식집에서 2만 원어치 메뉴를 순차적으로 준다는 분식 오마카세도 봤다. 강아지를 위한 반려견 오마카세도 있다.




이른바 문화의 확장이다.




이런 게 무슨 오마카세냐고 욕하기보다는, 오마카세라는 개념 자체가 뜻이 확장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문화의 확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도태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주방장 맘대로] 오마카세의 원래 의미뿐이기도 하고, 오마카세 이전에 코스요리라는 개념도 이미 존재했다. 단지 오마카세라는 키워드를 사람들이 좋아하니 많이들 가져다 붙일 뿐이다.


그걸로 인스타가 세상 망쳐놨다, 오마카세 좋아하는 사람은 무조건 거른다, 인스타에 오마카세 사진 올려둔 여자 거른다 등등 까다로운 기준을 설정하는 건 별로 좋은 거름망이 아니라는 게 내 의견이다. 첫 관점에서 말했듯이 본인 기준에서 사치만 아니라면야 아무리 특이하고 뜬금없는 오마카세라도 재미있는 경험 정도로 넘겨도 되지 않을까?


저쪽 동네에서 커피잔 위에 설탕공예 깨고 레몬즙 털어주며 커피 오마카세를 팔든 시장 이모가 순대로 순대 이모카세를 팔든 말든 화낼 필요가 없단 말이다. 대체 어느 포인트가 그렇게 화가 날까? 당신이 일본인도 아니고, 오마카세 창시자도 아니고 애초에 그런 걸 보면서 분노의 댓글을 쓸 이유가 없다. 실제로 난 그렇게 컨셉에 잡아먹힌 뇌절을 보면 그냥 웃고 만다. 내가 안 땡기면 안 가면 그만이고 가보고 싶으면 가면 된다. 안 땡기면 '특이하네' 하고 웃으면 그만이지 욕할 필요는 없다.


'오마카세 좋아하는 여자 거른다'는 말은 아마 문신이나 워홀처럼 그 경험 자체가 싫다는 말보다는 사치하는 여자를 여자를 거르고 싶다는 말일 것이다. 본인 소득에 사치인 식사를 주기적으로 소비한다는 점은 거르고 싶은 부분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오마카세]라는 키워드에 유독 발작하게 되는 본인의 심리 기저가 무엇인지는 잘 생각해 보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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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본인에게는 비싼 서비스가 남들에게는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다는 그 사실에 배가 아픈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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