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야기는 100% 픽션입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내용은 허구의 사건으로 현실에서 발생할 법한 내용을 예시로 작성되었음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04화 연출 서비스의 중요성
한 테마파크에 놀이기구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이 놀이기구는 직원 중 전 직장에서 놀이기구를 운영했다는 사람이 총괄을 맡게 되었다. 처음 놀이기구 총괄을 맡은 사람이 다른 곳에서 운영을 했었던 전문가라는 소개를 들어 큰 기대를 했지만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 경력자의 행동 하나하나는 어디를 봐도 경력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모든 일처리가 너무나 서툴렀고 운영 자체가 엉망진창이라 할 정도로 허점 투성이만 보였다.
아무리 작은 테마파크라 하더라도 놀이기구 운영에는 원칙이 있다. 당연히 안전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은 바로 재미이다. 테마파크는 재미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안전하면서 재미있는 곳이 바로 테마파크라는 것이다. 누가 재미없는 테마파크를 찾겠는가?
아무리 시설이 형편없더라도 그 안에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가 있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 시설이 훌륭하더라도 지루하고 따분한 공간이라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시설이 좋지만 지루한 곳은 단 한 번의 방문이 끝나면 다시 찾지 않는 곳이 된다. 재미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무조건 다시 찾게 되며 주변에 소문을 내게 된다.
그런데 그 유경험자라는 담당자의 놀이기구 운영은 너무나 놀랍도록 지루하고 따분했다. 그 어떤 멘트도 없었고 고객 응대조차 어설펐다. 출근한 아르바이트에게 단순히 놀이기구 운영하는 방법즉 놀이기구를 켜고 끄고 출발시키고 안전벨트 착용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끝이었다.
그는 놀이기구가 그냥 탑승하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놀이기구는 단순히 타는 행위가 전부는 아니다. 놀이기구를 기다리고 탑승하고 내려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재미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놀이기구를 운영하는 사람의 본분이다.
현재 이곳의 놀이기구에는 그 어떤 멘트도 없이 운영을 하고 있다. 심지어 BGM도 놀이기구에 기본 설치되어 있는 동요가 전부이다. 그 동요의 소리는 그리 즐겁게 들리지 않았다.
에버랜드의 아마존 익스프레스라는 놀이기구는 많은 사람이 너무나 잘 아는 에버랜드 대표 어트랙션이다. 내가 에버랜드에 근무했던 2004년부터 인기가 있던 기종이니 꽤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솔직히 아마존 익스프레스는 그렇게 매력적인 놀이기구는 아니다. 물 위를 떠다니며 아마존의 다양한 모습을 구경하다 물 벼락에 옷이 젖는 것이 주요 운행 형식이다. 그런데 이 놀이기구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근무자의 연출 서비스 때문이다. 그들의 쇼는 매우 역동적이고 재미있다. 기다리는 시간도 이 쇼로 인해 즐거운 시간이 된다. 함께 춤을 추고 놀다 보면 놀이기구 탑승 차례가 오는 것이다.
2004년 에버랜드에 입사하여 어트랙션 파트에 배치되었을 때 가장 많이 강조하고 교육을 받았던 것이 연출 서비스였다. 연출 서비스는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지루하지 않은 환경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테마파크의 놀이기구는 기다리는 시간도 이용하는 순간도 지루하기만 하다.
놀이기구 운행자의 멘트 즉 방송은 쇼를 보여주기 위함도 있지만 탑승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용하고자 하는 놀이기구가 몇 살부터 이용이 가능하며 이용 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놀이기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놀이기구 존재를 알리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즐겁고 신나는 우주여행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주여행을 떠날 분들은 천천히 우주선에 탑승하여 주시가 바랍니다. 모든 탑승이 끝이 났습니다. ... 안전요원이 탑승하신 분들의 안전벨트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주선이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출발 전 우주선에 이상이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운행 중에도 이상이 발견될 경우 손을 높이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이제 우주를 향해 출발하겠습니다. 쓰리! 투! 원! 발사~"
이 단순한 멘트만으로 놀이기구를 탑승한 사람들은 마치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에 스타워즈와 같은 우주에 관한 영화의 OST가 흘러나온다면 그 느낌은 더 배가 될 것이다. 당연히 근무자들도 우주복을 입고 있다면 최고의 연출 서비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연출 서비스는 놀이기구 외에 테마파크 전체를 운영하는데 꼭 필요한 서비스다. 테마파크는 현실과 다른 낯선 공간이 되어야 한다. 현실에서 쉽게 느끼지 못했던 감동과 추억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아파트 단지 내의 놀이터와 테마파크가 똑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면 이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비싼 돈을 내고 입장을 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대치라는 것이 있다.
에버랜드를 처음 방문했을 때 눈에 보이는 그 이국적인 풍경과 다양한 복장을 입은 직원의 모습은 낯설지만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현실과 다른 공간으로 내가 방문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10,000원이 넘는 입장료를 내고 방문한 테마파크에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가 흔한 티셔츠를 입고 골프 카트를 타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런 테마파크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곳으로 방문객에게 인식될 것이다. 그래서 테마파크의 복장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예전 포천의 아프리카를 테마로 한 박물관에서 근무를 했을 때 직원 복장을 탐험가 복장으로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탐험하는 느낌을 주기 위함이었다. 이 복장은 당시 꽤 높은 만족도를 안겨주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연출 서비스 요약
01. 현실과 다른 독특한 의상을 준비하라.
02. 놀이기구에 어울리는 재미있는 멘트를 만들어라.
03. 이색적인 재미를 안겨주어라.
연출 서비스는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연출 서비스로 가장 성공한 사례로 용인의 한국 민속촌이 있다. 과거 지루했던 그곳은 조선 시대 의상을 입고 연기를 하는 연출 서비스를 도입한 후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관람하던 시설에서 연기자들과 교감하며 느끼고 체험하는 곳으로 변모한 것이다.
현재 아무런 멘트도 연출도 없는 이곳의 놀이시설은 얼마 가지 않아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 시설이 될 수 있다. 당장 각 놀이기구에 어울리는 연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음향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각 놀이기구에 특이사항과 주의사항이 작성된 팻말을 설치해야 한다. 비싼 돈을 지불하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 지불한 금액이 아깝지 않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놀이기구는 기다리고 이용하고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 본분이다. 이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