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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보현 Oct 27. 2021

얼렁뚱땅 시골 테마파크 이야기 5.

5화 어리석은 선장

※본 이야기는 100% 픽션입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내용은 허구의 사건으로 현실에서 발생할 법한 내용을 예시로 작성되었음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5화 어리석은 선장


어느 날 테마파크의  대표는 입점 업체 사장들을 모아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개장 2년 동안 고생했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테마파크 대표는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며 술잔을 돌렸다. 이날의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和氣靄靄)했다. 입점 업체 사장들 또한 서로를 격려했고 대표에게 큰 도움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로 이 회식은 잘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회식이 끝나고 일주일이 막 지난 시점에 이 테마파크에 입점해 있던 익스트림 체험시설에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렸다. 2년 계약을 하고 재계약을 앞두고 있던 이 체험시설 사장님이 들은 이야기는 더 이상 재계약은 없을 것이며 이 체험시설 자리에 이미 다른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 잡혀있다는 것이었다.


분명 지난 회식자리에서 함께하자며 다짐을 하고 격려를 했었는데 그 말들이 한순간 거짓이 되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새롭게 계획하는 시설이 눈썰매장이라는 것이다. 왜 충격적인가 하면 이 익스트림 체험시설은 3월부터 11월 말까지 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며 매달 높은 수수료를 테마파크에 내고 있는 인기 시설이기 때문이다.


테마파크는 오직 겨울 시즌 손님 유치를 위해 눈썰매장 설치를 계획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 눈썰매장을 설치할 장소가 마땅히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눈썰매장을 설치하기에 충분한 부지에 이 체험시설이 있었던 것이고 딱 12월 중순이면 계약이 끝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눈썰매장의 계획은 큰 준비 없이 책상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이 문제 중에 문제였다. 눈을 어떻게 뿌릴 것인지 겨울 시즌이 끝난 후 눈썰매장을 철수한 자리에 어떤 시설을 설치할지 따위의 계획은 없었다. 오로지 12월부터 3월 중순까지 손님을 유치할 생각만 가득했다.


단 3~4개월 겨울 시즌 운영을 위해 9개월 이상 인기를 끌고 있는 시설을 버리겠다는 판단은 정말 너무나 충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계획이라는 것 또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제설기를 임대하고 새벽 적정 온도가 되면 눈을 뿌리는 작업 따위는 머릿속에 없었다. 그냥 눈을 뿌리면 다 되는 줄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들인가?


스키장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은 이 인공 눈을 뿌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잘 알 것이다. 물을 뿌려 이 물이 공중에서 얼어 눈이 되어 뿌려지는 것인데 이 물이 어는 온도를 찾고 기다리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밤을 새워가며 이 작업을 진행할 직원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직원도 이 테마파크에는 없었다.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어드벤처 체험시설은 기본 철수만 3주가 소유된다. 12월 중순 계약이 끝나고 아무리 빠르게 시설물을 철수를 하더라도 1월 둘째 주는 되어야 모든 시설 철수가 가능해진다. 이때부터 제설기를 설치하고 눈을 뿌린다 하더라도 이런저런 주변 시설물 설치까지 생각하면 2월 초에 썰매장을 오픈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대충 1~2달 정도 썰매장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1~2달 운영해서 과연 눈썰매장을 만들었던 투자 비용의 절반이라도 뽑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리고 눈썰매장을 철거한 후 기익스트림 체험시설만큼의 인기 있는 체험시설을 설치하고 운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잘못된 선택은 상상도 못 할 적자를 부르게 된다. 테마파크를 하나의 배라고 가정했을 때 테마파크의 대표는 선장이다. 선장의 잘못된 판단은 곧 배가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겨울 비수기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더 다각도로 연구하고 자료를 모아야 하지만 매우 즉흥적이고 주변의 이야기만 듣고 썰매장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최악의 행위이다.


겨울 시즌 준비는 적어도 7월부터는 계획이 나와야 한다. 계획한 것이 적합한지 타당성 조사도 해야 하고 구입할 물품이 있으면 여러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 비교도 해야 한다. 이처럼 짧은 기간 운영할 시설 혹은 이벤트에도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기존 시설이 인기가 있고 꽤 많은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면 이 시설을 안고 가면서 다른 겨울 시즌 시설과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이 진정한 테마파크 대표의 행동 아닐까?


만약 이 눈썰매장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이런 무계획의 업무 환경에서 흑자를 낼 수 있을까? 현재 운영 중인 테마파크의 겨울 평균 온도도 모르고 그냥 새벽에 눈만 뿌린 그런 눈썰매장을 사람들이 선택을 하고 만족을 할까?


2019년 12월 겨울 평창 휘닉스파크의 스키장도 한낮에는 더워 눈이 녹고 이 녹은 눈이 밑으로 흘러 통행로가 축축해졌고 밤이 되면 이 녹은 물은 꽁꽁 얼어 아침에는 직원들이 망치로 깨는 해프닝을 목격한 적이 있다.


춥다는 강원도의 스키장 눈도 한낮에 녹는 판에 이 테마파크의 눈도 분명 녹고 축축해질 것이다. 이처럼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진행하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무엇을 준비하든 계획은 매우 중요하다. 꼼꼼하게 준비를 하지 않으면 돌아올 충격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현재 무언가를 기획하고 있다면 미리미리 타당성을 검토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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