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보현 Nov 18. 2021

얼렁뚱땅 시골 테마파크 이야기 9

9화 이벤트 기획

※본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내용 및 지역, 장소는 허구이며 허구의 사건과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발생할 법한 내용을 예시로 작성되었음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9화 이벤트 기획


시골 테마파크에 아침부터 차들이 들어와 분주하게 무언가를 설치하고 있었다. 바로 스피커와 다양한 음향장비였다. 그렇게 무대가 만들어지고 곱게 한복을 입은 중년의 여성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짧은 인사와 함께 신나는 트로트 반주가 테마파크에 가득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무대 위의 가수는 구수하게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추 흥을 돋우여 애를 썼다. 하지만 누구 하나 무대에 관심을 가져주는 이가 없었다. 유명한 가수도 아니고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 트로트를 부르고 있으니 그 누구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유일하게 이 공연을 만족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박수를 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 테마파크 직원으로 이번 공연을 기획한 사람이었다.


노래 한곡이 끝이 나고 무대 위 중년의 가수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이미자 선생님 다 아시죠? 이번에 들려드릴 곡은 이미자 선생님의 노래입니다.' 그러자 무대 앞 유모차를 밀며 지나가던 한 여성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우리 애는 그런 사람 몰라요.' 이렇게 공연은 무관심 속에 흘러갔다.


이날 테마파크가 야심 차게 기획했던 공연은 진행되는 동안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그러면 왜 이 공연을 실패했을까? 그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분명 이 공연을 기획했을 때 의도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공연을 기획한 직원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테마파크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다. 어떤 공연 또는 행사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그 공연이 진행되는 장소를 찾는 입장객의 평균 연령을 무시하면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할아버지, 할머니만 계시는 곳에서 힙합 공연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레퍼가 '손 머리 위로'라고 외쳤을 때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호응할 어르신이 과연 몇 분이나 될까?


이 테마파크의 입장객 대부분은 초등이하 어린이를 둔 젊은 부모들이다. 이런 어린 연령이 방문하는 곳에서 전통 성인가요 공연을 한다면 어느 누가 좋아할까? 정말 유명한 누구나 다 아는 국민가수의 공연이 아니라면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다.

 

테마파크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무조건 입장객을 고려해서 계획되어야 한다. 기획하는 사람만 만족하는 공연은 절대 안 된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것만 따라 하다 보면 이 또한 실패할 수 있다.


더 많은 입장객을 유치하고 홍보하기 위해 기획되는 공연, 이벤트 등은 쉽게 생각하고 진행하면 안 된다. 충분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며 처음부터 꼼꼼하게 기획해야 한다.


정말 잘 만들어진 행사는 추후 테마파크의 시그니처와 같은 고정 행사가 되어 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벤트 기획 요령


소규모 테마파크의 이벤트 기획의 요령은 간단하다. 전반적으로 전국의 소규모 테마파크의 입장객의 평균 연령은 매우 낮은 편이다. 13세 미만의 어린아이들과 부모들이 많이 방문하다는 것이다.


13세 이하의 어린아이들이 많이 찾는 곳에서는 간단한 이벤트만으로 큰 만족도를 올릴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탈을 쓴 사람과 사진만 찍어도 훌륭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 또한 테마파크의 이벤트는 최대한 톤 앤 매너를 맞추어 작업해야 한다. 진행되는 행사가 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면 현재 운영하고 있는 테마파크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곳인지 그 주제와 최대한 부합하는 행사를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추를 테마로 한 테마파크라면 이 특산물이 최대한 부각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테마는 분명 대추인데 안에서 진행되는 이벤트가 우주를 테마로 진행된다면 이는 큰 괴리감을 안겨줄 수 있다. 만약 우주를 테마로 꼭 행사를 만들고 싶다면 테마파크 캐릭터를 활용하여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주로 간 대추'라는 큰 주제를 만들고 왜 대추가 우주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 사람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서 진행하는 축제를 한번 생각해보라. 지역 축제는 대부분 지역의 특산품을 주제로 기획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축제장에 방문을 하면 가장 큰 공간은 야시장인 경우가 많다. 전국 어떤 축제장을 가도 비슷한 야시장에 품바공연을 하고 있다. 사과축제장도 국화축제장도 다 똑같다. 이 주제성을 잊어버린 순간 지역 축제도 별 매력 없는 뻔한 모습으로 변색되어 버린 것이다.


테마파크는 절대 자신들의 테마를 버리면 안 된다. 처음 테마파크를 기획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이 아이덴티티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소규모 테마파크에 근무를 하 현재 특별한 이벤트, 행사를 기획해야 한다면 아래의 요약을 잘 기억하고 실천하기 바란다.


요약

01. 테마파크 입장 평균 연령을 파악하라.

02. 테마파크의 테마와 최대한 상호작용을 하는 행사를 기획하라.

03. 새로운 것을 만들기 전 현재 운영 중인 테마파크의 공간을 파악하고 이 공간을 활용한 행사를 만들어라.


소규모 테마파크에서 진행되는 행사는 처음부터 너무 큰 규모로 진행할 필요는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별 소소한 행사부터 설날, 어린이날, 추석, 핼러윈,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작은 규모로 기획하여 진행하면 된다.


3~6월은 봄축제를 7~8월은 여름축제, 9~10월 가을축제, 11월~2월까지는 겨울축제를 기획하면 된다. 5월은 가정의 달로 가족과 어린이를 주제로 행사를 만들면 되고 10월은 핼러윈을 테마로 11월~12월은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행사를 기획할 수 있다.


이렇게 어렵지 않게 작은 규모로 행사를 기획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 시골 테마파크는 개장 이후 단 한 번도 이런 행사를 진행한 적이 없으며 그러다 이런 트로트 공연을 진행한 것이다. 이 시골 테마파크처럼 실패할 수밖에 없는 행사를 기획하여 도리어 욕만 먹고 끝나지 말고 사람들에게 큰 만족도를 안겨주는 행사를 기획하기 바란다.   



 

이전 09화 얼렁뚱땅 시골 테마파크 이야기 8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