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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보현 Aug 27. 2024

강한척하던 소년은 성장해 강한척하는 어른이 되었다.

내 편이 없다는 생각

어릴 적부터 항상 강한 척, 안 아픈 척, 완벽한 척하던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성장하여 이제 강한척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연기를 하고 눈물을 삼키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 즉 내 편이 없다는 것, 이것만큼 슬프고 괴로운 일이 또 있을까요? 어디를 봐도 혼자입니다. 괜히 모르는 사람 앞에서 아픈 모습, 괴로운 모습을 들키기 싫어 억지스럽게 아픔을 삼키고 슬픔을 누르며 아무 일도 없는 척을 합니다. 그런 어른이 되었습니다.


분명 세상에는 저보다 더 큰 아픈 일을 이겨나가고 있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닥쳐온 이 고통스러운 일로 다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으며 나만 아프고 나만 슬픈 것처럼 느끼고 있습니다. 저에게 닥쳐온 지금의 모든 일은 인간관계에서 발생했습니다. 믿음이 실망으로 실망이 상처로 다가온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늘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내 편은 없구나'라는 너무나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니겠지... 이번에는 믿어도 되겠지라는 쓸데없는 행동은 또다시 상처로 다가옵니다.


사람이 주는 상처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일 같습니다. 이 상처가 많아지면 단절을 하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단절하고 더욱 외톨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믿음을 주는 것도 멈추게 됩니다. 


현재 저는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아무리 블로그에 긍정적인 글을 쓰고 있어도 이 모든 것은 잘 살고 있는 척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저히 견디기조차 힘든 아픔과 슬픈 일들이 매일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저 때문에 시작된 문제라면 조금을 덜 억울하게죠? 그렇다고 이제 와서 남 탓을 하면 무얼 하겠습니까? 그 사람을 믿은 것도 저이고 그렇게 시작한 것고 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계속해서 전화벨이 울리고 문자가 옵니다. 도저히 받고 싶지 않은 전화... 안 받으면 안 되는 전화... 그렇게 하루가 답답하고 화가 나며 괴롭게 시작됩니다. 분명 오늘은 누군가에게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이겠지만 저에게 주어진 오늘은 너무나 괴롭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그렇습니다. 지나가겠죠. 하지만 큰 상처는 남을 겁니다.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처만 남을 겁니다. 20대 사람에게 받은 상처와 40대에 사람에게 받은 상처의 강도는 너무나 다릅니다. 20대에는 지금보다 더 큰 시련이 있었으나 젊기에 견딜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시련을 이겨낼 기운이 없습니다.


그래도 살아야겠죠.

어릴 적 전 장애가 있는 소년이었습니다. 한쪽 눈의 까만 눈동자가 돌아가있는 사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눈깔 병신', '사팔이'였습니다. 이 놀림은 더욱 저를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전 극도로 혼자가 편했고 사람과 관계를 만드는 것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 소년은 강한척하고 늘 외롭지 않은척했습니다.


20대 초 수술을 해서 지금은 정상적인 눈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늘 인간관계가 힘들었고 늘 강한척했으며 괜찮은척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믿는 행동이 서툴렀기에 이 소년은 성장 후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 다 내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에게 믿음을 주었던 사람들 중 단 하나도 진실한 믿음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무너짐 속 소년은 더욱 혼자가 편하고 강한척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위로를 해줄 사람도 없습니다.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도 없습니다. 계속 울리는 전화벨이 계속해서 사지를 찌르고 있으나 이 푸념을 할 수 있는 제 편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도 살아야겠죠.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남아있기에....

저는 지금 망했습니다. 통장은 마이너스가 되었고 계속해서 빚 도촉 전화 와 문자가 날아오고 있습니다. 지금 이 일들을 이렇게라도 글로 쓰지 않으면 완전히 무너질 거 같아 글을 씁니다. 상처는 이제 곪아 고름이 날 정도입니다. 이 글은 관심을 받고자 쓰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위로를 받고자 쓰는 글도 아닙니다. 새벽부터 너무 괴롭고 답답해 잠을 잘 수 없어 이렇게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 씁니다.


다시 달려보겠습니다.

아직 남은 강연이 있습니다. 그래도 절 찾아주는 곳이 있습니다. 아마 이 일들은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망해본 사람이 망하는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망해 보지 못한 사람이 어찌 망함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성공만 한 사람은 결코 어려운 사람의 심정을 모릅니다. 스타급 축구선수가 감독이 되면 힘들어하는 선수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선수 시절 인기 없었던 히딩크는 명장이 되었습니다. 본인이 경험했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선수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 망함이 앞으로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으려 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조금은 스스로 위로가 됩니다. 슬픔이 가라앉습니다. 이렇게 강한 척이 아닌 진실을 고백하고 나니 조금은 덜 아픈 것 같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위로를 받으며 오늘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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