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욤뇸 Mar 21. 2021

엄마가 웃는다. 우리 엄마가

보고 싶은 당신의 엄마



세상은 변한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은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르다.

나는 '플로피디스크', 'CD', 그리고 'USB'와 같은 이동식 디스크가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본 30대다.

점차 변하는 세상 그리고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부모님을 보며,

나 또한 그 기술에 뒤쳐지진 않을까.

미래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실직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뜻하지 않은 감동을 준 일이 있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안중근 의사' 그리고 '유관순 열사'의 모습을

복원한 동영상을 보았다.

사진 파일을 한 사이트에 업로드하면

마치 살아있는 듯한 동영상을 만들어 내는

이 기술은

'딥 노스탤지어(Deep Nostalgia)'라는

프로그램으로 녹화된 다른 영상 DB들을

이용해 사진에 적합한 영상을 적용하고

화질을 개선해서 실제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영상을 만들어 준다.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

사진을 업로드하면 1분 뒤에 영상을 만들어 준다.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언젠가 나는 엄마 손을 잡고 '해리포터'를   보러 영화관에 간 적이 있다.

불의의 사고로 갓난쟁이 때

부모님을 잃은 해리포터는

원하는 걸 보여주는 꿈의 거울 속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부모님의  모습을

한참 동안 아니 몇 날 며칠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운 부모님을 보여주는 마법의 거울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가득 느껴지는

 '움직이는 사진'을 보고 또 보았다.


영화를 보고 나온 엄마가 말했다.

' 정말 저런 움직이는 사진이 나올까...'

그 혼잣말이 유독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그리운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엄마도 모르게 혼자 읊조린 말이었으리라.



그 기억을 떠올리며 주말에 엄마에게 스치듯이 딥 노스탤지어 프로그램에 대해 보여주었다.

 그리고 외할머니의 혼자 찍은 사진이 있으면

보여 달라고 말했다.

설거지를 하던 엄마는

'쓸데없이 뭐 그런 걸 해 나중에 줄게'

라며 얼버무렸다.



월요일 퇴근 후, 내 화장대 위에는

 빛바랜 외할머니의

 작은 영정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22년이나 지났는데

엄마가 외할머니의 액자를 그토록

소중히 갖고 있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외할머니는 하늘색 한복을 입고

 무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계셨다.

워낙 일찍 돌아가신지라 사진과 액자는

지난 시간만큼 낡아 있었다.


엄마도 당신의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이 영정사진을 보고 또 보았음이 느껴졌다.


난 먼저 영정사진을 카메라로

찍어 파일크기를 조정했다.

(파일크기를 맞춰 업로드해야 한다.)

그리고 업로드 완료.

마법 스틱이 왔다 갔다 한 뒤 1분 만에

외할머니의 영상이 완성되었다.


저녁을 다 먹고 테이블을 닦던 엄마에게

영상을 보여드렸다.


왼쪽, 오른쪽, 그리고 정면을 응시하다

마지막에 싱긋 웃는 외할머니의 영상을 보며

엄마는 테이블을 닦던 행주를 내려놓고

한참을 엉엉 울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아프기 시작한 외할머니는

97년도 즈음 병환으로 돌아가셨다.

나와 동생을 낳아 키울 때도

아픈 외할머니가 속상해하실까

'엄마 저 힘들어요'라는

 한마디 하지 못했다는 엄마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5살 동생과 7살인 나를 돌보느라

당신의 엄마를 자주 보러 가지 못한 미안함을

이모들과 이야기하곤 했다.

그리고 말했다.


'엄마가 웃네.. 웃고 있다'


매번 아픈 모습만 보고 외할머니를 보내드렸던

엄마는 웃고 있는 외할머니 영상을

그렇게 한참을 보셨다.

그리고 나는 동영상을 GIF로 변환해  

엄마와 이모들이 있는 카톡방으로 전송했다.

  엄마는 이모들과 함께 외할머니 영상을

보고 한참 동안

보고 싶은 엄마 이야기를 하셨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미래를 압박한다.

그러나 역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은 너무나 이롭다.

 '엄마'의 웃는 모습을 찾아준

프로그래머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당신에게 이 사이트를 추천한다.


나처럼 1분의 짧은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작고 특별한 선물을

누군가에게 해보는 게 어떨까.

특히 엄마를 그리워하는

부모님에게 선물한다면 좋겠다.


엄마와 아빠에게도

보고 싶은 엄마가 있다. 


https://www.myheritage.co.kr/deep-nostalgia

*엄마가 그리운 누군가에게 위 사이트를 권해본다!

(독사진을 업로드하면 더 잘된다.)




        

작가의 이전글 숨이 가빠지자 뛰기 시작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