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만 하자. 적당히만 하자의 삶.
어릴 때부터 나는 꾸준함이 부족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진 최악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때문에 '중간만 하자'를 목표로 단기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것에만
최선을 다했다. 나 스스로 나의 한계를 정했다. 딱 거기까지만 하기로 목표를 잡고 실행했다.
학창 시절 나는 시험기간에 단기 벼락치기로 중간 성적을 간당간당 유지하는 친구였다.
그래도 무사히 중간을 유지하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먹고살고 있다. 참으로 대단하다. 그리고 기특하다.
그런 내가 서른 살이 되며 문제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야.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운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안정적이고 좋은 직업, 그리고 많은 돈을 벌며 살아가는데
나는 꿈을 이룬 것도 아니요, 그저 중간만 유지하며 일- 집의 생활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중간만 유지하는 삶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다.
그와 맞물려 코로나는 나를 침대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반복되는 일상 그리고 절망으로 하루하루 우울해졌다.
숨을 쉴 때 느껴지는 압박감이 마스크를 벗어도 반복된다.
한숨을 자주 쉴 때가 많아졌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내 가족들을 지킬 수는 있을까?
적당히만 살아서는 안 되는 사회라는 걸 왜 나 혼자만 몰랐던 걸까.
악착같이 살았어야 했구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선생님, 달리기 어플이 있는데 해볼래요?
처음 어플 달리기를 시작한 건 회사 동료의 권유 덕분이었다.
매번 문득 생각이 날 때만 홈트를 한다는 나에게 운동을 사랑하는 회사 동료가 추천했던 게 바로 '런데이'다.
런데이는 약 30분 동안 진행되는 인터벌 러닝 프로그램이다.
'인터벌 러닝'이란 뛰는 중간에 걷는 구간을 넣어 달리는 방법인데 어플에서 30분 달리기를 시작하면,
AI 음성 프로그램이 위치 및 페이스를 분석하고 뛰고 걷는 구간을 신호음을 통해 알려준다.
시작 전 - 5분 걷기
1주 차 - 1분 뛰고 , 2분 걷기
2주 차 - 1분 30초 뛰고, 2분 걷기
3주 차 - 2분 뛰고, 2분 걷기
4주 차 - 2분 30초 뛰고, 2분 걷기
마무리 - 5분 걷기
처음엔 '다이어트' 한다 생각하고 그냥 뛰어나 볼까. 였다.
하지만 뛰면서 보이는 바람에 살랑이는 버드나무
물속에 잠긴 이끼를 먹겠다고 가파른 돌 위에서 낑낑대는 오리
내 옆을 휙휙 지나가며 열심히 달리는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
목표 없이 중간만. 적당히만 살자 라고 생각했던 나를 제외하고
세상은 바쁘게 각자의 목표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나 또한 목표를 갖고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단계에 맞춰 뛰기 시작하면,
나와 친구를 맺은 회사 동료가
응원 메시지를 보낸다.
'000님이 응원을 보내셨습니다.'라는 기계음이 들린다.
함께 도전할 수 있어 더 좋은 프로그램이다.
(물론 이외의 소셜 기능이 탑재되어있지 않아 아쉬움이 많지만 아직까진 만족스럽다.)
8주 차 과정 중 4주 차 과정 현재는 4주 차를 이어가고 있다.
총 8주 차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한 가지 꿈이 생겼다.
달리기를 꾸준히 해서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
매번 탄천을 걷기만 했던 내가 달리기를 하니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기분을 느낀다.
숨이 가빴던 내가 숨이 기분 좋게 차오르는 걸 느낀다.
초등학생 때 운동회가 끝나고 다리에 불덩이가 붙은 것처럼 뜨거웠던 경험도 한다.
뛰면서 느끼는 상쾌한 바람과 마무리 걷기를 할 때 내 모습이 어찌나 뿌듯한지 모른다.
AI라는 걸 알면서도 프로그램 코치의 칭찬과 격려의 말이 어찌나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정말 대단합니다~!!'
' 오늘 달리기를 함으로써 여러분은 어느 누구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아직도 칭찬과 응원이 나에게 큰 힘으로 작용하나 보다.
8주 차 런데이 과정이 나에게 또 다른 단기적으로 집중하는 무언가 일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새로운 마음가짐이다.
앞으로는 적당히만, 중간만 하자라는 마음을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목표를 갖고 살아가려 한다.
달리기를 4주 차까지 하면서 길러진 끈기로
'브런치 작가'에 합격해 이렇게 글을 써내려가는 것처럼,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다.
그게 내가 런데이를 하는 이유다.
달리기를 통해 앞으로 나는 또 어떤 걸 느끼고 어떤 일을 새롭게 도전하고 해낼까.
끈기 그리고 삶의 좋은 영향력을 주는 달리기
최종 목표인 마라톤을 뛰기까지 파이팅이다.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달리기
코로나로 숨이 가쁜 모두에게 적극 추천한다.
- 아이디 '뿌셔 셀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