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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욤뇸 Nov 02. 2020

행복한 양사들의 푸짐한 만찬    -직장인가 소풍인가

#특별한 영양사 #내가 행복한 영양사입니다. #어급관지 #월남쌈&코코넛


오, 영양사예요?


흔히 '아 저는 영양사예요'라고 답변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은



 맛있는 음식 많이 먹겠네요?

 저 요새 살이 찌는데 다이어트 식단 좀 짜주세요!!



우리 양사들, (나는 영양사를 '양사'로 칭한다.)

바로 영양사를 생각하면 모두 단체급식에 종사하는 영양사를 떠올린다.

나 또한 단체급식을 경험했다. 제 3자가 보는 단체급식 영양사는 그저 이쁜 미소로

사무실에만 앉아 맛있는 식단만 짤 것 같다.

하지만 식재 검수부터 위생관리, 식재 재고관리, 보존식 관리 그리고 고객사 및 인력관리 까지..

한 업장의 총책임자로서, 우리 양사들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식단? 아침, 점심, 저녁.. 다음 달 식단 짜기에도 매우!! 버겁다.

누군가 식단을 짜 달라고 얘기할 때마다 미소를 짓는 양사를 보았다면 주의해야 한다.

속으로 '한대 쳐버릴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니까. 양사들의 침묵을 만만히 봐선 안된다.



맛있는 음식?????


단체급식에서 근무할 땐 오후 3시가 나의 점심시간이었고, 몸에 잔뜩 벤 음식 냄새에 질려 컵라면을 주로 먹었다. 간혹 급식을 먹으려 해도 늦게 뛰어와 배식받는 고객에게 남은 음식을 양보하고 나면 내가 먹을 음식은 없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을 접하다 보니, 매번 최선을 다한다 해도 단체급식은 외식을 뛰어넘어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기 어려워 힘이 들었다. 항상 죄송해야 하는 직업이니 말이다.

물론 그 속에서도 보람을 찾는 멋진 양사들도 많았다.

지금도 현장에서 멋지게 해내시는 분들이 많다.(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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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조금 특별한 영양사다.

다시 말하면 내가 행복한 영양사다.



나는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의 영양사다. 시에 소속되어 어린이집 및 유치원 급식소 위생&영양을 관리하고 아이들에게 위생 영양교육과 식단을 제공한다.


아이들에게 위생 영양교육을 할 땐 멋진 선생님이 되고


조리사님들과 함께 있을 땐 위생 전문가,


그리고 원장님과 함께 있을 땐 전담 영양사가 된다.


전화 오는 민원인에겐 영양 상담가도 될 수 있다.


. . . .


그.리.고


..


또 다른 부캐가 있다면 바로 식도락 전문가다.

(이 부분이 제일 행복한 부분이다.)

출장이 없는 기간에는 영양사들이 모여 만들어 먹고,

출장을 다닐 땐 맛집 곳곳을 돌아다니며 외식을 접할 수 있는 식도락 전문가다.


함께 만들어 먹고, 맛집을 탐방하며 아이들을 위한 요리교실 그리고 우리를 위한 요리를 경험하고 배운다.

아이들의 요리교실을 준비하던 버릇 때문일까 함께 모여 만들어 먹을 땐 우리를 위한 식사 준비에 열성을 다한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누구든 함께 훌륭한 식사를 만들어낸다.


오늘은 연휴 전 함께하는 월남쌈 식사를 기획했다.


집에서 가져올 수 있는 돼지고기, 닭가슴살, 맛살 등등 단백질과 파인애플 채 썬 사과, 오이, 당근, 파프리카, 팽이버섯 등 자유롭게 모두 각자의 냉장고를 털어왔다. 준비하는 양은 항상 2-3인분. 매번 모두를 위한 뷔페를 만들어 낸다.


물론 이 속에는 규칙이 존재한다. 누가 먼저 정한 것은 없다.

그러나 규칙은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알고 있다.


규칙 1. 서로 강요하지 않는다.

규칙 2. 알아서 눈치껏 움직인다.

규칙 3. 먹을 것을 사랑하고 존중한다.


나누는 기쁨 그리고 함께 먹을 때 더 맛있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기에

간혹 서로 어떤 음식을 가져오는지 경쟁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누구 하나 음식을 덜 가져왔다고 뭐라 하지 않는다.

없으면 내 것을 먹으라 양보하고, 맛있어하면 더 주는 게 습관이다.


뒷정리는 먹는 만큼 빠르다. 사실 함께 모여 먹는 것들의 번거로움은 나 혼자 할 것 같은 뒷정리다.

보통 회사에서의 뒷정리는 막내가 맡아 하지만 누구 하나 쉬는 건 민망한 일이다.

아이들 요리교실을 정리하면 배운 정리 습관 그리고 빨리 정리해야 쉴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일까


누구 하나 먼저 말하지 않아도

테이블 세팅 / 설거지 / 청소/ 그릇 세팅/ 음료/ 디저트 팀으로 착착 나눠진다.

아무도 게으름 피우지 않는다. 게으름 피우면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생겨버리니까


[오늘의 식탁]
소스 : 땅콩+겨자+식초 소스 / 칠리소스
1차 - 돼지고기, 오이 , 당근, 새싹, 파프리카, 파인애플
2차 - 맛살, 오이. 새싹, 파프리카. 파인애플
3차 - 삼겹살, 오이, 깻잎, 파프리카, 무생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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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정말 멋진 10인분 같은 8인분

10인분 같은 8인분을 먹고 후식으로 누군가..

코코넛 잼을 수줍게 가지고 나왔다.


코코넛 잼+약간의 물+ 얼음을 믹서기에 갈고

카누를 부어 코코넛 커피를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후식 사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시작한다.

또 진지하다. 이 사람들.









코코넛 커피와 사과&참외 

후식을 준비해주신 영양사 선생님들.





집에서 가져온 재료를 한껏 펼쳐 나눠먹는 사람들.

냉장고를 털어왔다며 찐으로 행복해한다.


서로 나누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곳은

과연

직장인가 소풍인가.


사내 복지란, 회사가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멋진 사람들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우리 회사의 최고 복지는 영양사 선생님들이다.





나는 세상 행복하고 특별한 영양사다.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에서의 관지나는(?) 일상에 대해 소소하게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겠다. 어. 급. 관. 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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