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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욤뇸 Sep 30. 2022

부채롱이

귀여운 재롱이의 애칭

재롱이는 아주 긴 꼬리를 가졌다.


몇몇 요크셔테리어와

같은 강아지들은 새끼 때 미용의 목적으로

꼬리를 짧게 자른다고 다.


그러나 재롱이는 건강한 잡종 몰티즈답게

길고 긴 꼬리를 가졌다.


우리집의 '개는 개답게'라는 신념으로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의 상징이었다.


더운 여름 마룻바닥에 누워 있으면

기다란 꼬리가 살랑하며 시원한 바람을 흔들어주었다.

기분 좋은 부채롱이다.

부채롱이

13살 처음 재롱이와 마주한 날부터 학교에 다녀오고

29살이 되어 회사에 다녀와도


재롱이의 꼬리는 멈출 줄을 몰랐다.

내성적인 탓에 친구가 없어 외로울 때면


재롱이는 내 친구가 되어주었고,


새로운 친구들에게

'우리 강아지 볼래?'라는

수줍은 용기를 갖게 도와줬다.


엄마와 싸운 사춘기 시절에도

수능시험을 망친 어느 날에도


언제나 재롱이는 함께였다.

학교에서받은 빼빼로를 탐내는 재롱이

뜨끈한 엉덩이와

발바닥꼬순내는 나에게 큰 위로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살이 쪄서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앞산을 올라 다니던 때에도

재롱이는 언제나 옆에서

거뜬하게 산을 함께 오르내렸다.

산책 준비 완료 핑크 보이(재롱이는 수컷)

침을 하도 많이 흘려

턱밑에 털이 새카매졌지만

여전히 사랑스럽다.


그런데도 나는 막상 즐겁고 재밌을 땐

재롱이를 잊었다.


재롱이도 나이가 들어가는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부채롱이의 시원한 여름 바람은 낡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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