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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욤뇸 Aug 30. 2021

강아지가 동안이네요!

개는 개답게요?


강아지 간식은 일절 안 먹이고

재롱이는 사료와

우리가 몰래 주는

사람음식들을 먹으며 자랐다.

강아지를 처음 키우게 된 우리는

사람음식을 주면 안 된다는

상식은 전혀 없을 때다.


물론 나중에는 귀여움에 못 이겨

사람음식을 주곤 했다.


엄마는 항상 '개는 개답게 키워야지!'라는

신조를 우리에게 얘기했다.


그 한마디에 눈치 보며

재롱이는 정말 개답게 자랐다.


다른 강아지들은 10벌 이상 있는데

재롱이는 미용하고 나면

감기 걸릴까 봐

입혀주던 단벌,


pink가 등짝에 새겨진

핑크색 벨벳 추리닝

단 한벌을 입으며 지냈다.


개는 개답게 라지만

성별을 무시한 처사였음을

이제와 미안하게 생각한다.

(재롱이는 남자)


목줄도 단 하나로 버텼다.


재롱이는 그렇게 우리 집에서

개답게 자랐고

어느덧 10살이 되었다.


복슬복슬한 흰색 털에 땡그란

검은콩 3개가 있는 앳된 외모는

동안 강아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기엔 아주 작고 귀여운 강아지였나 보다.

큰 개가 재롱이에게 덤비기라도 할라치면


'떽! 아기한테 그러면 못써!'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산책로에서

많은 사람들과 강아지들에게

재롱이는 어린 강아지 인척

사기를 치고 다녔다.


별로 해명할 생각이 없는 

나도 함께 사기를 치곤 했다.

즐거웠다.


간혹 다가오는 8살짜리 아가가

 

'얘는 몇 살이에요?' 하면


'얘? 14살이야. 너보다 오빠야'라고 말했고


놀라서 입을 떡하니 벌리는

8살짜리 아기를 보고 

도망치며 키킥 대기도 했다.


재롱이가 10살이 넘어서도

건강하게 지내는 건

나에게 너무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장수견'이라며

튼튼하다고 매일같이

어딜 가나 자랑했다.


동물병원에서도

10살인데 이렇게나

건강할 수 있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 이쁜 강아지는

개한항공 개튜어디스도 되고

박카스 모델도 되는

여전히 내 인형처럼 지냈다


개튜어디스와 박카스 소녀



어느 날 재롱이도

나이가 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은 사료를 부어주다

발견한 이빨이었다.


 나이가 들자 치주염이 생겼고

이를 한번 닦으려 하면

어 재끼는 통에

자주 이를 닦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그래도 14년을 이를 못 닦은 것 치고는

큰 문제는 없었지만

놀란 우리는

재롱이 스케일링을 하러

병원을 찾았다.


엄마는

'개 스케일링을 다 시키고 이게 뭔 짓이야'라며

'개는 개답게'라는 신조 얘기를 했지만

그래도 걱정하는 눈치였다.


이가 하나둘 빠지기 시작하자,

재롱이는 사료를 씹지 않고

그냥 삼켜 버렸다.


그걸 본 나는  재롱이의 사료에

물을 부어  

불려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롱이가 밥을 

먹지 않던 날에는


사료 알이 퉁퉁 불어

 2배 가까이 커지더니

뭉텅이가 되었다.


 걸 본 재롱이는

사료를 더욱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편식을 안 하던 놈이

편식을 하기 시작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니른 '개는 개답게' 신조를

무시한 채

검은 봉지에 간식을

 사 오기 시작했다.

제일 좋아하는

치즈가 들어간 간식이었다.


어느 순간엔가 엄마의 손에도

검은 봉지가 들어있었다.


'개는 개답게'신조를 무시하는 일이었다.


퇴근하고 재롱이부터 살피는 아버지도

말없이 큰손으로 재롱이를

가만히 쓰다듬던 남동생도


우리 가족 모두가

재롱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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