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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욤뇸 Aug 30. 2021

재롱이 눈이 이상해

후크선장 재롱이



할아버지가 된 재롱이




재롱이는 나이가 들더니

청력도 약해졌다.

 내가 집에 들어오는 소리에

미리부터 나와 문을 긁던 재롱이는

뒷짐 진 할아버지가 되었다.


출근할 때면 보채지 않고

문 앞에 서서 체념한 듯 뒷짐 지고

나의 출근을 바라봐 주었다.


출근하는 나를 마중 나온 재롱이

그러나 지금의 재롱이는

집에 들어와도 보이질 않는다.


재롱아! 재롱아! 불러도

재롱이는 듣지 못한다.


그 후로, 퇴근 후에는 재롱이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는 게

가족 모두의 일상이다.


어느 날 목욕을 시키다

본 재롱이의 눈이 이상했다.

평소보다 2배는 커져있었다.




"엄마 재롱이 눈이 이상해 커진거 같지 않아?"



복슬복슬한 털에 가려 보지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재롱이의 눈은 터질 것처럼 커져있었다.


당장 병원에 달려갔다.

 불안하다. 큰 병은 아닐까

 

백현동에 있다는 가장 유명한

동물병원에 차를 타고 가서 순서를 기다렸다.


여기저기 부딪히며 오줌을 싸 대는

재롱이 외에는 다 어리고

윤기가 흐르는 강아지들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재롱이가 가장 초라해 보였고 주인 잘못 만나

이렇게 된 게 아닌가 했다.


약을 처방받고

매일 안약을 넣어줘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물어 대는 재롱이를

엄마와 둘이서 붙잡고

안약 넣기 씨름을 해댔다.


하지만 생각보다

재롱이 눈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밥을 더 먹지 못했고,

잠을 잘 때는 가끔씩 낑낑거렸다.



후크 선장 재롱이


안 되겠다 싶어

우리 집 바로 아래 병원에

 데려갔을 땐,

안구를 적출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무언가에 찔려 상처가 생긴 사이로

세균이 들어가 더 이상 안구를

쓸 수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눈이 점점 부어오를 때

고통이 극심했을 거라며

편하게 해주는 방법은

안구 적출뿐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자리에서 재롱 이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재롱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 이쁜 얼굴에 안구 적출이라니

충격적이었다.

의사는 나와 엄마에게

'의안'을 넣어주면 감쪽같이 이뻐질 거라며

속상해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너무나 화가 났다.

재롱이가 이쁘지 않아서 울었던 게 아닌데

의안을 넣으면 얼마나 불편하겠어.

인형도 아니고 무슨 의안이야!


정말 너무하다.

'개는 개답게'라는 신조에서

벗어난 건지 아닌지 모호하지만


너무나 화가 났다.

재롱이는 그렇게 땡그랗고 예쁜 한쪽 눈을 잃었다.


수술을 하고 나오는 길에 의사가 말했다.


"한쪽 눈이 이렇게 되는 경우에

간혹 다른 쪽 눈도 이럴 수 있어요."


나와 엄마는 그 이야기를 못 들은 척

병원에서 도망치듯 나왔다.


안구를 적출한 재롱이는

수술 직후 3일간은 집안에만 누워있었다.

그러다 고통이 조금 사라졌는지

어느 순간부터 밥을 잘 먹기 시작했다.


아파서 그동안 사료를 안 먹었던 거구나

많이 미안해졌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구나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가족 모두 재롱이가

다시 건강해진 것만 같아 너무나 기뻤다.

후크선장 재롱이


그러나 산책을 나가면서부터

재롱이는 조금 달라졌다.

이제 동안 강아지가 아니라,

아픈 강아지였다.


지나갈 때마다 10번 중에 10번은

사람들이 물었다.


'얜 눈이 왜 이래요?'


나는 마치  잘못한 마냥

'아파서 눈이 없어요'라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

불쌍하다며

 재롱이는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한쪽 눈으로


 이곳저곳을 부딪히며

영역표시를 해댔다.

사람들이 재롱 이를 불쌍하게 보는

시선이 너무나 싫었다.


나는 재롱이의 예쁜 사진들을

sns에 올리며 이쁜 재롱 이를 추억했고

산책할 때는 재롱이에게

후드를 사입혀 모자를 씌웠다.

나는 나쁜 주인이다.


아픈 재롱이와 산책


 그냥..


아무도 재롱 이를

보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재롱이는 점점 

몸이 안 좋아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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