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욤뇸 Aug 28. 2021

연필 번진 일기장

이제는 가족이야.


재롱이는


2003년의

최고의 기쁨이고 

신남이었다.



이제는 어렴풋이

기억나는 신남을 펼쳤다.

 18년이나 된 일기장,

과거의 나를 상기시키는 소중한 나의 책.


2003년 8월 9일은

재롱이와 만나던 날이다.

재롱이와 만나기 직전 설렘 가득한 첫 번째 일기


재롱이를 기다리며 설렘 가득한

나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기를 쓴 듯하다.


따옴표와 느낌표가 가득한 일기는

얼마나 설레고 신이 났는지

무척이나 잘 보여준다.

정말  감명 깊다.


기억에 없지만

전화를 4-5번은 했다고

적혀있는 걸 보니

그래서 재롱이 만큼이나

아버지도 그렇게나 피곤해 보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재롱이가 도착하고

한참을 재롱이를 구경하던 나를 보며


엄마는 다시 한번,


"강아지 손타면 병나 저리로 가"


나를 떼어놓았다. 서운했지만

 방에 들어가 신나게 일기를 썼다.


일기를 분명 한번 썼는데


한자, 한자 꾹 꾹 다시 한번 쓴다.

우리 반 친구들에게


니 내 일기장의 유일한 구독자인

이성준 담임선생님에게

자랑을 해야 했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글을 써 내려갔다.

연필에 힘을 주며 글자가 번지도록


엄마든, 선생님이든

누구든 이 일기를 봐야 했다.

아래는 나의 전체 공개

TMI(Too-Much Information의 줄임말)


꾹꾹 눌러쓴 재롱이 자랑 일기 2번째


당시의 엄마는 강아지를 싫어하셨는데

미끌미끌 거리는 피부가 싫다고 하셨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아빠가 강아지를 데려오면

얼른 팔아버리겠다고

팔아서 치킨을 사 먹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렇지만 귀여운 재롱이를 보고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엄마도 좋아했다.


*지금도 강아지가 싫다고 하면서

공원에 나가면

강아지가 이쁘다고 몰래

속삭이는 우리 엄마는 변함없다.


글을 읽다 내려가니,

 민낯 같은 일기장에

재롱이가

처음 혼난 사건 이야기가 들어있다.


오랜 흡연 기간 중 갑자기

금연을 하겠노라고

담배 모형을 사서 입에 물고 있던

아빠를 본 적 있다.


새롭게 들어온 뉴-멤버 재롱이가


바로 그 가짜 담배모형을

 물어갔다가

혼이 나서 풀이 죽은 거다.


나한테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큰 사건이었다 보다.


아빠의 가짜담배를

재롱이가 '폼나게'물었다고

적혀있다. 아주 유쾌하다.

재롱 이를 설명해주는 만화일기

이가 나는 중이라

입이 근질근질했는가 보다.

재롱이의 이빨 변화과정을 아주 잘 그렸다. 칭찬 칭찬해요.


2003년의

나는 개에 대한 상식은

전혀 없는 무지의 주인이었기에

개껌을 사다 줄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2000년도의 우리는


'개는 개답게. 키워야 한다.'

라는 생각이 컸고,


개는 = 마당에서 집을 지키는 개

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강형욱 님이 보시면 경을 칠게 분명하다.


재롱이는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나랑 함께

쑥쑥 자랐다


팔자 좋게 누워 자는 재롱이


이전 02화 우연히, 운 좋게 너랑 함께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