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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욤뇸 Aug 27. 2021

행복한 만큼 슬프지만, 고마워

나의 늙은 부채롱이에게


꼬리가 길어 부채롱이라는 애칭도 가진

우리 재롱이16년 지내다

이별하고 1년이 지나고 2년째 지나던 오늘이다.




sns로 '뭉치'라는 노견의 힘겨운 병환 일기를 보며

몰래 응원하고 있었다.

퇴근 후 갑자기 뜬 알림에

'그동안 뭉치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장을 읽었다.

뭉치도 무지개다리를 건넜구나 하고

담담한 듯 폰 화면을 껐다.


처음엔 그랬다. 담담했는데

아무렇지 않았는데

정말 이상한 데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퇴근 후 샤워를 하다

세면대를 멍하니 보았다.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바로 전날

세면대에 따뜻한 물을 담아

재롱이를 씻겨주던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나 잘 먹고 건강하던 놈이

기 직전엔 너무나 앙상하게 마르고 작아져

저 작은 세면대에 힘도 못쓰고 둥둥 떠있었구나.

몸이 얼마나 아팠을까.


그냥 놔둘걸.. 편하게 해 주겠다고

내가 그 불쌍한 강아지를 괴롭힌 건 아녔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가족들이 들을까 쏟아지는

샤워기 물소리에 숨어 엉엉 울었다.

다 울고 나니 큰 소나기가 지나고

다 젖어버린 땅 위에 혼자 덩그러니 서있는 기분이다.

2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괜찮다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슬픈데 참고 견기던 거다.

또다시 눈물이 났다.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매일 함께 잠이 들었고, 같은 길을 산책했는데..

2년 전의 슬픔이 밀물처럼 달려온다.


모두들 강아지를 잃은 사람들이

겪는 우울함을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말하며

블로그고 sns고

치유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하나의 증후군으로 정의

내리는 건 나한테는 좀 속상한 일이다.


강아지를 떠나보내며 느낀 건,

하나를 통해 행복하고 즐거웠다면

그걸 잃은 슬픔은 100,000배 이상 된다는 생각이다.

그 때문에 아직도 강아지를

다시는 키울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행복해지면 또다시 슬퍼질까 봐 너무나 두렵다.



나를 웃게 해 준  것 이상 슬프고 힘들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동안 행복하게 해 줘서 고마웠다.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마지막 강아지 부채롱이야.


지금쯤 후크선장이 되어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바다를 탐방 중이겠지

아름다운 여행 속에서 

나를 잊지 말고 기다려줘


내 여행이 끝이나면 

너와 함께 할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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