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늘 같은 연애를 반복할까

사랑도 회로다 [1]

by 신영

“왜 나는 또 이런 사람을 만나지?”

“이번엔 다를 줄 알았는데, 결국 똑같은 결말이야.”

누군가와의 사랑이 끝나고, 몇 번의 한숨 뒤에 떠오르는 말. 우리는 종종 다른 얼굴의 사람에게서 똑같은 상처를 반복한다. 마치 누군가가 내 삶의 패턴을 미리 정해놓은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누군가’는 바로 내 뇌일 수 있다.


첫째, 뇌는 익숙한 고통을 안전하다고 착각한다.

뇌는 생존을 위해 설계된 기관이다. 생존이란 불확실성과 혼란을 피하고, 예측 가능한 상황을 반복함으로써 얻는 안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뇌에게 ‘안정’은 ‘행복’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불행하더라도 익숙하면 뇌는 그걸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유년기 시절, 감정적 거리를 두는 부모와 자라난 아이는 “나는 혼자 감당해야 해”라는 회로를 만든다. 이 회로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진다. 따뜻하고 안정적인 관계보다, 밀당이 심하거나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는 연애 상대에게 끌린다. 그게 뇌에게는 ‘익숙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 회로를 그대로 둔다면, 연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바뀌었는데, 내 뇌의 회로는 여전히 같은 회선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정체성 회로

심리학자 댄 맥애덤스(Dan McAdams)는 인간을 ‘자기 이야기로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뇌는 단편적인 사건들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고, 그 이야기를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몇 번의 거절을 경험한 사람이 “나는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야”라는 이야기를 만들면, 뇌는 그 이야기를 중심으로 선택지를 좁힌다. “날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사람은 없을 거야”, “이 정도면 괜찮지”라는 왜곡된 판단이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같은 결말로 이어지는 연애를 반복한다.


정체성 회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무의식적으로 결정짓는다. 결국, 연애 문제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회로의 문제다.


그렇다면 이 회로를 끊어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첫 번째 연습을 해보자.

1. 내 안의 이야기 자각하기

“나는 어떤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나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떠오르는 답이 바로 당신의 정체성 회로다.

2. 과거와 현재를 분리하기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가 아니다.”

과거 경험에서 만들어진 회로는 현재의 나에게 불필요할 수 있다. 감정이 격해질 때, 그 반응이 지금 이 순간의 상황 때문인지, 과거의 상처 때문인지 구분해 보라.

3. 이야기를 다시 쓰기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나는 이제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어”라는 새로운 이야기로 회로를 다시 구성할 수 있다. 뇌는 반복된 선택을 통해 새로운 시냅스를 만든다. 그리고 그 시냅스는 곧 ‘나’라는 사람의 새로운 기반이 된다.


연애가 반복된다면, 나를 탓하기 전에 내 뇌를 먼저 이해해 보자. 그 길 끝에서, 우리는 더 의식적인 사랑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연애는 언제나처럼 퍽이나 어렵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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