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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Lee 리지 리 Sep 17. 2024

기장님이 브리핑에서 고도를 알려주는 이유가 뭘까요?

Altitude on every flight is different



Wrote this when I was one month flying in Business class.

비즈니스 크루로 비행을 한 지 한 달 차에 썼던 글이다.

새로운 환경에 궁금증이 풍부했던 시기이다.




비행 전 조종석 크루(Flight deck crew)들과 기내 크루(cabin crew)들은 같이 *조인트 브리핑(Joint Briefing)을 한다. 주로 비행기 앞쪽 조종석과 가까운 비즈니스 좌석 쪽에 모여 진행된다.



*조인트 브리핑(Joint Briefing) : 비행 전 조종석 크루들과 기내 크루들과 같이 하는 회의이다. 모두가 국적과 이름을 말하며 자기소개를 한다. 기장은 비행시간, 고도, 터뷸런스(turbulence), 택시(주차된 곳에서부터 액티브 런어웨이까지 가는 시간으로 주로 약 10-20분이다) 시간 등을 안내하고 사무장은 기내의 옵저버 혹은 스탠바이 크루를 알리고 기내의 승객 로드와 휠체어 등 특이 사항도 추가로 알린다.








이코노미 크루였을 때는 짧은 조인트 브리핑 말고는 조종석 크루들을 보거나 교류할 기회가 적었다. 비즈니스 크루가 된 후로 조종석을 자주 들어가고 기장, 부기장과 대화할 기회가 많아졌다.

 


같은 목적지에 같은 기종이어도 승객의 수에 따라 고도는 다르다. 승객이 없는 가벼운 비행기는 고도를 높게 난다.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사실 이보다 더 많은 이유가 있긴 하다. 한 방향은 짝수(even number) 다른 방향은 홀수(odd number)로 비행기가 서로 부딪히지 않게 고도가 정해지기도 한다. 갈 때 35,000, 37,000, 39,000, 41,000ft(피트) 였다면 올 때는 36,000, 38,000, 40,000, 42,000ft 이런 식이다. 조종석에서 위아래로 지나가는 비행기들이 보이기도 한다. 슝~ 가끔 아래에 구름 뭉텅이를 피해 고도를 올리기도 하고 고도가 정해지는 데에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그저께 비행에서 처음으로 R1 포지션을 맡았다. R1의 업무 중에는 포워드 갤리(비행기 가장 앞의 주방)와 조종실(Flight Deck)을 담당하는 것이 포함된다. 기장님(Captain), 부기장님(First Officer), 새컨드 오피서(Second Officer)가 오면 물과 비닐을 주고 마실 것을 물어본다. 비닐은 쓰레기통 역할로 모았다가 랜딩하고 통째로 버린다. 비행하는 동안에는 주기적으로 플라잇덱을 체크해야 한다. 30분에 한 번씩 체크를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조종실에서 컨트롤드 레스트(controlled rest)를 들어가면 깨어있는 조종석의 한 명이 우리에게 인터폰으로 20-30분에 한 번씩 전화를 해 준다.








조종실에 들어가면 궁금한 점들 투성이다. 정말 많은 숫자들과 표시가 있다. 고도를 알려주는 이유를 물어봤었는데 비상상황이 있을 경우 우리가 이 고도에서 어느 고도로 하강을 할 것이고 그 고도에 이를 때까지의 예상 시간(약 몇 분)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긴 설명을 들었는데 사실 과학을 공부했지만 아직도 좀 어렵다. 비행하는 중 항상 조종실에서는 지금 비상 상황이 찾아왔을 때 착륙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공항을 인지하고 있다. 어떤 지점에서는 두 공항의 중간이기도 하다. 고도와 다른 모든 것들은 비상상황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비한 전제하에 정해진다. 가는 길에 터뷸런스가 심할 것 같은 밀집한 구름(dense cloud)이 보이면 항공 교통관제 ATC(air trafiic control)에 연락해 시간이 딜레이 되더라고 돌아가는 새로운 길로 바꾼다.  



요즘 조종실에 들어가면 기본적인 것들이 보인다. 아 지금 어떤 고도에서 비행을 하고 속력, 온도는 이렇구나. 주변에 비행기가 있구나 우리가 앞으로 가는 길의 지점 (way point)들은 이렇구나 지름길(AB)로 가는구나 하고. 그리고 목적지(DEST)에 도달하는 시간은 UTC로 이 시간이고 +3을 하면 도하 시간으로 거기에 30분은 빼면 TOD(Top of descent) 하강 지점이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목적지의 날씨(WEATHER)를 요청하면 화면에 답변을 받는 데 온도, 듀 포인트(이슬점) 그리고 어떤 고도에는 흩어진 구름 SC(scattered cloud), 비, 천둥번개가 있는지 등이 나온다.

         


        




                

승무원을 준비할 때 비행기는 어떻게 나는가부터 궁금했었다. lift라는 힘이었다. 위로 중력과 반대하는 힘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뒤로 빠지는 drag보다 강하게 엔진으로 나아가며 생긴 날개 위아래의 공기 압력 차이로 뜨게 된다. 아직도 끊임없이 궁금한 점들이 매 비행마다 많고 매 비행마다 배우고 있다. 가끔은 승객들이 질문한다. 지금 카고(cargo)에 있는 제 고양이가 무사한가요? 랜딩 할 때 도하의 도시가 어디 쪽으로 보일까요?



기장님께 물어보니 카고의 온도를 확인해 주시고 자신도 고양이를 키운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따뜻하게 얘기를 해줘 승객에게 전달해 주니 다행히 안심을 했다. 두 번째 질문엔 안타깝게도 어프로치(Approach)가 남에서 북으로 밑에서 올라가는 방향이라 도하의 야경은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위에서 내려올 때(north to south)는 루세일, 펄, 웨스트베이 도하 도시의 야경이 펼쳐지는데 볼 때마다 아름답고 이렇게 사막 위 바다 위 인공으로 지어진 곳에 인프라가 생겨 사는 것이 참 신기하다.



항상 단순한 질문 이상으로 상세한 답변을 해주고 안전하게 승객들과 크루들을 날라 주시는 카타르항공의 기장님들께 참 감사하다. R1이 아닌데도 먼저 다가가 물어본다. 필요한 건 없는지 마시거나 먹고 싶은 건 없는지. 어떤 기장님은 나에게 담당 포지션을 물어봤다. L2입니다. 왜 물어보지..? 했는데 내가 만약 담당한 도어가 없다면 조종실에서 랜딩을 볼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마음만으로도 감사하고 누군가의 질문의 숨은 의도는 예상외로 따뜻한 온도일 때가 많다.




사실 아직도 고도를 왜 알려주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지금 카타르에서 하루 데이오프를 보내는 중이다. 한국은 추석인데 다들 가족들과 평안하고 행복한 추석 연휴를 보내기를 해외에 있는 독자들은 해외에서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기를 바란다.


 




DOH-JRO-DAR 도착해 갈 때쯤 왼쪽으로 보이는 킬리만자로 산맥이다.




Happy chuseok every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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