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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바디 Sep 10. 2020

영어공부만 25년째 ing

내가 생각하는 영어공부의 왕도 

나는 영어공부만 25년째 하고 있다. 정말이다. 

시작은 7살 때의 평범한 동네 영어학원. ( 의도치 않게 내 현재 나이가 얼추 나오게 된다) 외국인과 대화하는 걸 좋아했지만 순전히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빠는 지나가던 노란 머리 외국인과 얘기할 기회만 생기시면 자꾸 나에게 전화를 거셨다. 말 좀 해보라고. 이제 와서 말하지만 어린 나이에 꽤나 스트레스였다. 말할 줄을 모르는데 어떻게 말하나요. 이후 영어학원을 다니다 말다를 몇 번 반복했다. 어쩌다 보니 턱걸이로 특목고는 들어갔고 점수를 맞추느라 영문과에 진학했다. 성인 이전의 나,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때는 영어공부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영어와 친구가 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고교 학창 시절 인간의 본질과 고귀함은 철학에서 나오는 거라며 꽤나 본인의 모습에 취해있었다. 철학! 그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나의 특별함'을 찾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철학과를 고집했던 나의 순수했던 로망은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잊혔다. 딱 그 정도였던 것이다. 현실에서는 철학을 찾을 시간도 없었다. 나의 전공은 정확히는 English literature 영어 문학이었고, 영문과를 졸업했지만 솔직히 영어에는 잼병이었다. 어디 가서 영문과 나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었다. 나 영어문장 썼는데 좀 봐줄 수 있니? 같은 지인의 부탁들. 컴퓨터 공학과(컴. 공) 전공생들의 기분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집 컴퓨터 고장 났는데 고칠 줄 아나, 자네?" 


외국계로 회사를 이직한 이후에는 영어는 버릴 수 없는 카드가 되었다. 아니다. 버릴 수 없다기보다는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카드. 나에게 정말 몇 없는 카드들 중 하나였고 그래도 나름 영문과를 졸업했는데! 회사 내에서의 영어 사용 빈도수가 엄청 높은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생업과 관련되어 있다는 건 잊고 있던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게끔 만들기에 충분히 좋은 계기였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일이 바쁘다 보니 영어공부는 뒷전이었다. 퇴근 이후 침대에 대자로 뻗으면서 생각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쉬어야지'. 아주 좋은 자기 합리화의 명분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쉬운 것은 노는 것이며, 넷플릭스는 무서울 정도로 달콤하다. 구글에는 자동완성으로 Netflix addiction treatment ( 넷플릭스 중독 치료방법) 이 검색되며 관련해서 여러 글들이 있다. 재미는 끝이 없는 걸까? 나는 어느 순간 노는 것에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이 적용됨을 자연스럽게 깨달았고 계속 놀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나는 쓰레기인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농담 반 진담 반) 


그러던 내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건 나의 한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먼저 나는 내가 언어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자기 객관화의 필요성. 첫 회사에서 친한 동료가 있었는데 4개 국어를 할 수 있는 능력자였다. 본인 피셜로 언어를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금방 습득을 한다고 했다. 몇 번 옆에서 지켜보니 진짜였다. 영상 몇 개만 보다 보면 자주 들리는 표현이 있고 이후에는 몇 개의 단어만으로도 맥락이 자연스럽게 파악된다고 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루트로 언어 습득이 되는 건지 나로서는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유튜브만 봐도 나보다 더 뛰어난 영어실력을 구사하는 '국내파' 영어전문가들이 넘쳐났다. 하나를 공부해도 열을 아는 게 아니라 여러 번 해야 겨우 하나라도 건지는 나. 남들과 비교하자면 끝이 없고 결국 '난 틀렸어, 너 먼저 가'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라. 그래서 정말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만 비교하기로 했다. 우선 일상에 가벼운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음악, 연예인 정보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의 지분율이 100%였던 나의 출근길. 이를 유튜브에서 해외 명사 졸업연설을 보는 것으로 대체함으로써 가볍게 동기부여를 시작하기로 했다. 


영어공부만 25년째 ing인 사람으로서 요약해보자면, 영어는 안 그런 것 같아도 정말 하는 만큼 늘더라. 정확히 말하자면 임계점이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모든 게 제자리 같았다. Input은 죽어라 하는데 늘지 않는 느낌. 누구는 영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기에 최상인 시점인 청소년기에 외국을 1,2년 다녀와서 영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는다는데 나는 다시 태어나야만 하는가. 희망고문같이 아무리 공부해도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 같았다. 근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이 그 버릇을 기억할 만큼 습관이 체득화 되었다.


"처음에는 아주 간단하고 짧은 문장을 만들어. 그리고 그 이후에 차츰 문장을 길게 만들어봐"

나의 전화영어 선생님의 조언이었다. 아예 발전이 없지는 않았다. 예시를 들어보자면 아래와 같이 발전 한정도?


-이전의 작문실력 :  I ate some food 나는 음식을 먹었다 

-현재의 영작 실력 :  I ate food she made for me and it tasted good 

나는 그녀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음식을 먹었고 그 맛은 훌륭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진 속의 영어단어를 보았고,

출근하면서는 지하철역 도착하면 그때부터는 음악 대신 TED 영상을,

샤워하면서도 웅얼웅얼 간단한 영작을 하였다. 

넷플릭스를 보다가도 들리는 단어가 많이 들어본 숙어 같으면 일시 정지하고 검색해 중얼거리기 일쑤였다. 

하기 싫었지만, 이 패턴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돌이켜보니 변화가 있긴 있었다. 남들은 알아볼 수 없는 변화인데 나 자신은 아는 변화. 나의 뱃살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25년 만에 이제야 깨달았다. 영어가 공부하는 것에 비해 생각보다 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구나. 

내가 그냥 그만큼 공부하지 않았던 것이었음을. 그러면서 왜 이렇게 늘지 않냐고 혼자 답답해했었음을.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게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녔구나. 


영어 공부하는 지인들이 압도적으로 추천을 많이 해서 알게 된 라이브 아카데미의 빨간 모자 선생님.

세바시에서 '당신이 영어를 배우는데 실패하는 이유'로 강연하셨는데 인상 깊었고 내가 앞에서 언급했던 부분과 일맥상통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공유해본다. 

   

다음 글에서는 완벽하지 않은 내가 영어를 키워드로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다루어볼 예정이다!





나보다 성공적인 사람은,  나보다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은  
하기 싫은 일을 나보다 많이 한 사람이다.
-빨간 모자 선생님- 



https://www.youtube.com/watch?v=7H8E6PAe7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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