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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바디 Jul 19. 2020

당신의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쉬킨


오늘 아침 우연히 그런 글을 봤다.

사는 게 다 거지 같다고. 내 맘대로 되는 일 하나 없다고. 삶의 낙이 없는데 뭘 보고 버텨야 하냐고.


오래 전의 나라면 "이해할 수 있어요. 힘내세요, 기운 내세요. 좋은 날은 반드시 옵니다 "라고 했을 텐데

언젠가 '상대방을 완전히 공감하고 이해했다는 것만큼 오만한 것도 없다 '라는 글을 보고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그 이후, "힘내"라는 한마디가 좀 더 조심스러워졌다. 내가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는 이상, 완전히 그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기에. 그리고 지난날의 나를 다시 돌이켜보게 되었다. 나의 공감이 그들에게 그 순간만이라도 정말 따뜻한 위로를 가져다줄 수 있었는지, 그 진위성 여부에 대해.


회사 마감 일정으로 계속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나와 비슷한 상황으로 힘들어 보이시는 회사 선배분과 같이 점심을 먹다가 슬며시 여쭈어본 적이 있다. 

"선배, 요즘 너무 힘들어 보이세요. 매우 존경스럽니다만, 혹시 어떻게 버티시나요? "

"그냥,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해야 해. 알잖아, 지나갈 것이라는 것"


솔직히 나는 반은 동의했었고, 반은 동의하지 않았다. 모두 지나가기에 버틸 수 있는 것.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러한 시간은 또 온다.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우리에게 시련을 안겨준다.

그러고는 남들은 잘만 살던데 나만 왜 이 모양이야 하고 기어이 엉엉 울게끔 만든다. 시련 없는 인생 어디 있냐만은 한 때 나도 사주를 봐야 하나 할 정도로 모든 게 안 풀리던 시기가 있었다. 


  대학 입시. 이것도 그 시련들 중 하나였다. 정량적인 Input은 죽어라 했지만 Output은 전혀 나오지 않던 그런 나의 수능 모의고사 성적. 담임선생님은 내가 얼마나 딱하게 보이셨는지 정기 면담을 하던 어느 날,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반 친구의 공책을 보여주며 “이 친구는 이런 방식으로 정리하던데 잠깐 한번 볼래? “라고 까지 말씀하셨을까. 갑자기 문득 선생님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도 애정이 있어서 안쓰러움을 느끼셨던 것이겠지. 10살 때의 일과 비슷하게 나의 입시 성적에 기적이란 없었다. 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나에게 ‘나는 네가 특목고를 가서 나보다 잘 풀릴 줄 알았는데 의외다 “라고 생각 없이 말했을 때 당황스러워서 내 입에서 나온 씁쓸한 웃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열심히는 하는데 하는 거에 비해 잘 안 풀린다는 말. 차라리 열심히라도 하지 않았으면 나았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방법이 좀 잘못되었던 것 같지만, 열심히 사는데 안 되는 것 같은 것만큼 애석한 게 없다.

신은 뭐 어쩌라는 거야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래서 나는 가끔은 그렇게 생각한다. 

인생에 시련도 어떠한 할당량이 정해져 있나 보다. 

행복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피해 갈 수 없고, 반드시 겪고 채워야 하는. 

마치 반드시 꾸역꾸역 채워야만 하는 영업사원의 Sales 할당량처럼 말이다. 


이제 내가 누군가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아래 푸쉬킨의 시를 공유해줄 수 있는 정도.


지금 이 순간도  힘든시기를 겪고 있을 누군가가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포기하지 마세요. 이 모든 건 지나갈 거예요. 

당신의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 반드시 

-쏨바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픈 날은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노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간 것은 그리움이 되리니


푸쉬킨- 삶이 그대로 속일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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