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쏨바디 Aug 04. 2020

#2 코로나, 집콕 때문에 살이 찌는 줄 알았습니다만

feat 갑상선 항진증 (그레이브스병)


코로나, 집콕 (집에 콕 박혀있음)때문에 살이 찌는 줄 알았습니다만


  2020년의 5월 초는 징검다리 연휴로 '황금연휴'였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기분이 그리 썩 좋지만은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 영 찝찝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3월 이후 계속 증가하는 나의 체중. 회사에서 일부 재택을 시행하면서 나 또한 1주일 중 며칠은 재택을 하였는데, 그러다 보니 잘 먹긴 잘 먹었다. 특히 식후 아이스크림이 습관화되어버렸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내 인생 행복의 최소 5할은 맛있는 것을 먹는 것. 그래서 나의 먹성과 더불어 남들이 말했던 것처럼 내가 이제는 30대여서 살이 비교적 쉽게 찌는 체질로 바뀌었나 보다 했다. 그래도 강박적인 것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체중 관리를 했었는데 말이다.  


체중이 4킬로 정도 증가했을 때,

'맛있는 것들을 기분 좋게 먹어서 그런 거보다. 며칠 관리하면 금방 또 빠질 거다, 스트레스받지 말자.'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방울토마토 ( 방. 토)로 며칠 저녁을 해결해보았지만 나의 체중은 요지부동이었다. 더 나아가, 최악으로 더 찌기 시작했다.엄마는 딸의 변화를 귀신같이 알아본다. "요즘 너 길에서 막 뭐 먹고 다니니? "


체중이 6킬로 정도 증가했을 때,

주변 사람들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나를 본 남동생은 말을 잇지를 못했다. 무언가 좀 이상하다 생각했다. 내가 잘 먹긴 잘 먹는데, 이 정도로 잘 먹진 않았는데. 먹는 양의 Input 대비 체중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 같은데? 그때 예전에 어디선가 본 TV 프로그램에서 이유 없이 갑자기 체중이 5kg 이상 빠지거나 증가하면 반드시 병원을 가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들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래,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행동에 옮겨야겠다고 생각했고, 나는 황금연휴 때 부랴부랴 병원을 가서 피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진행하면서 의사 선생님은 요즘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말씀하셨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이 먹어서 체중이 증가한 사람들. 다들 문제가 있나 해서 피검사를 받는데 , 사실 문제는 많이 먹었던 것이라며 별일 없을 거라고 말씀 주셨다.


검사 결과는 이틀 후에 유선으로 통보받았는데. 갑상선 수치가 정상범위가 아닌 것으로 보이니  종합병원 방문해서 다시 진료를 받아보아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바는 아니었으나 인생 처음으로 내 몸이 아프다는 것과 진지하게 마주하게 되는 시기였다. "건강이 최고야"라고 줄곧 말해왔지만, 이는 내 실제 경험에서 우러러 나온 말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콘텐츠들에 의한 외부 학습 효과가 컸다. 체력왕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곧잘 버티고, 어디 크게 한번 아픈 적이 없었는데. (자랑까지는 아니지만 참고로 나는 살면서 코피 한번 나본적이 없다)


그때서야 갑자기 지난 일들이 기억이 나며, 퍼즐이 맞추어지는 듯했다. 작년 12월 쯔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던 시기가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돌아서면 배가 고팠던. 나는 때침 시작했던 1:1 헬스 PT의 즉각적인 효과인 줄 알고 열심히 신나게 먹어주었다. '와 이래서 사람들이 다들 PT PT 말하는 거구나, 효과가 장난 아닌데?' 하면서 말이다. 지금 보니 그때 이미 내 몸은 아픈 상태였는데.


내 몸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배가 고플까 하면서  근무 중에도 계속 간식을 찾기 바빴다. 어떤 날은 내 서랍 속의 간식 창고가 동이 나자 참지 못하고 뛰어서 편의점을 다녀왔다. 근데도 신기하게 살이 찌지 않고 계~속 배가 고팠다. 물론 조금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이렇게 PT의 효과가 빨리 나타날 리도 없고 기초대사량이 증가했다 한들, 이 정도 일리가 없는데.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어물쩍하게 넘어간 작년 말. 나중에 더 설명하겠지만, 이미 나의 몸은 2019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2020년 5월 중순 집 근처의 종합병원에서 다시 피검사를 받고 나는

'갑상선 항진증 ( 그레이브스병 ) '을 진단받게 되었다.  


*


매거진의 이전글 #1 아무것도 안 먹는데 살이 쪄요 실제로 일어났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