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신촌 세브란스 정신의학과.
2019년 연말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 끝에 1여 년만에 다시 찾은 정신의학과에서 나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1년 전만 해도 우울증인줄 알고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사실 조울증이었다니.
정확히는 양극성 정동장애 2형.
이름조차 생소한 진단명을 듣고 완전히 바뀐 처방전을 받았다.
아침: 라믹탈정 50mg, 프로작 10mg(이틀에 한 번)
밤: 라믹탈정 50mg, 아빌리파이 1mg
조울이 나의 반려가 된 순간이었다.
질병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이 필요하여, 2016년 국립정신건강센터 기분장애클리닉에서 발행한 <양극성장애의 이해>에서 이하 발췌하였다.
양극성장애(Bipolar Disorder)는 조증 또는 우울증의 양 극단의 기분 변화를 보이는 기간과 정상적인 기분을 보이는 기간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의학과적 질환입니다. 양극성장애는 학문적인 용어로 흔히 ‘조울병(Manic Depressive Illness)’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양극성장애는 시기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때로는 우울증으로 때로는 조증으로, 때로는 정상적으로, 때로는 기분 변화가 급변하는 오락가락 하는 상태로 보입니다. 각 삽화의 기간은 다양하며, 재발이 잦은 것이 특징입니다.
양극성장애는 조증과 우울증이 반복되는 양상에 따라 크게는 1 형과 2 형으로 분류됩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를 양극성장애 1 형 이라고 합니다. 간혹 우울증은 없이 조증만 반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도 양극성장애 1 형으로 분류됩니다.
양극성장애 1 형과는 달리 조증은 나타나지 않고 경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를 양극성장애 2 형 이라고 합니다.
“양극성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첫 발병부터 치료를 받은 경우는 드문 것으로 보고됩니다. 대개는 발병 후 수년의 시간이 지난 뒤 행동 문제가 나타난 뒤에야 결국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바로 내가 이 경우에 해당된다.
나는 2017년 여름에 정신과에 처음 방문하여 초진을 받은 후로 우울증 약물 치료를 2년 정도 받고 있었다. 2019년 5월, 어떤 일을 계기로 돌연 정신과 방문을 끊어버렸다. (정말이지 이러지 말자. 의사와의 상담 없이 일방적으로 치료를 그만두지 말자.)
그 후 반 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2019년 12월 말 즈음, 인생 최악의 (경)조증이 발생해버렸다.
조증으로 인한 일련의 사건 끝에 나는 재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 후로 많은 것을 찾아봤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알고 싶은 것이 많았다. 조울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부터, 치료와 예후까지. 변증법적 행동 치료(DBT)에 완전히 빠져서 국내에 출시된 워크북을 모두 구매한 적도 있다.
그 날, 조울이라는 반려의 이름을 들은 2020년 3월로부터 - 거의 6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약을 먹고 있다.
밤: 탄산리튬 600mg, 쿠에타핀 25mg, 아빌리파이 1mg
심지어 지금은 캐나다에 워홀을 와있는 상황이라, 현지에서 영어로 해당 처방을 구하느라 고생깨나 했다.
해당 연재에서는 내가 <반려조울>을 우울증으로 알고 지내던 시기의 이야기, 인생에서 가장 심했던 경조증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조울증을 반려 삼아 살면서 어떻게 정상 기분을 유지하며 지내는지, 마지막으로 오랜 꿈이었던 외국 생활을 하러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다뤄볼 생각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