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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 by you Sep 17. 2019

익숙함을 멈추는 것

당신을 위해,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게 될 사람을 위해



멈추다: 동사_사물의 움직임이나 동작이 그치다.



 우리 곁에 있는 생소한 것들은 닿을수록 익숙해진다. 사람, 동물, 사물에 상관없이 주변환경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익숙함에 의해 살아가는 듯 하다.


 예를 들면, 의식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익숙한 곳으로 걸어가는 습관, 익숙한 반찬에 쉽게 더 다가가는 젓가락질, 익숙한 스타일로 고르는 새옷. 목이 마르면 물을 먹듯, 우리에게 익숙함이란 결국 갈증이다.


 익숙한 옷을 사고, 익숙한 반찬을 먹고, 익숙한 집에서 사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익숙함이 가장 필요하다.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첫사랑, 헤어졌지만 오랜 시간을 만나왔던 사람을 떠올려보는 새벽의 푸념, 사랑하는 사람과 써내려가는 추억. 익숙하기에, 익숙했기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우리 삶을 짚어본다면, 익숙함과 멀어지려 노력하는 것은 어려워보인다.




 우리는 익숙함에 의해 필요를 해소하고 욕구를 충족하며 현재를 유지하는 듯 싶지만, 이 과정을 움직이는 익숙함이 독이 될 수 있다.


 연애를 줄곧 하다보면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전 연인과의 익숙했던 추억과 기억을 잊지 못해 지새우는 밤이나, 공허한 부재를 다시금 채워달라고 부르짖는 사라진 옆자리가 그렇다.


결국 원래의 익숙함을 다시 찾기위해, 새로운 익숙함을 만들기 위해, 취기와 용기에 매달린다. 다시 우리는 익숙함에 봉착한다. 그리고 연애를 다시 새로이 써나가거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


 익숙함은 연애를 부른다. 그리고 연애는 또다른 연애를 낳는다. 누군가와의 익숙함은 온정으로, 온정은 사랑이 되고, 사랑은 저울 위에서 갑작스레 이별이 된다. 누군가와의 이별은 고통이 되고, 그동안의 익숙했던 기억들이 마음의 생채기를 남기고 쥐어뜯는다. 그래서 부재하는 옆자리의 익숙함을 유지하기위해, 새로운 익숙함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그것은 익숙함을 멈추는 것이다. 멈추는 것은 새로운 익숙함을 위해서 필요하다. 익숙함을 찾기위해 새로운 익숙함을 받아들이는 과정 이전에 말이다. 익숙함이 익숙함을 불러일으키는 법이지만, 그 전에 우리는 정리가 필요하다.


 공허함을 이겨보는 노력과, 전 애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 앞으로의 연애에 대한 고찰. 우리가 쉽사리 간과하는 점들이다.


 공허함의 웅덩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은 익숙한 이를 보낸 것에 대해 굴복하지 못한 것이다. 사랑할 수 있을때 최선을 다했더라면 후회도 없을 것이다. 공허함의 그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인정하고 승복하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이는 연습은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또, 되돌릴 수 없이 떠난 익숙함이 자리한 곳은 비워야만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익숙함이 자리잡을 수 있다. 온전히 비워낸 후에 우리는 다음 파도를 받아들이고, 그 파도에 몸을 싣는 것. 익숙함이 떠나버린 곳에 남겨진 우리가 받아들일 숙제이다.


 새로운 익숙함이 밀려들어올때,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멈춰서서 비워내고 닦아내며 정리하는 일. 앞으로 다가올 연애에서 만나게될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다음 사람을 위해서, 그 사람과 그릴 미래를 꾸며보는 일은 또 어떨까. 이전의 연애를 되짚어보면서, 실수와 오점들이 썩히는 병폐를 재발하지 않도록 사유해보는 방법은 미래의 연애에 안정적인 익숙함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새로운 익숙함을 채워나가기 위해, 멈춰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을 위해,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게 될 사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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