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다시, 행복을 배우는 시간

긍정심리학이 묻는다.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가요?'

by 유다월

계절이 두 번이 바뀌는 중의 길목에서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처서가 지났고, 생활의 패턴이 바뀌는 일들이 많이 내게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 삶이 그렇게 달갑지 않아서 인지 내가 정말로 원했던 행복들이 뭐였는 지를 다시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다.


내게 있어서 특히 행복은 내가 노력한 만큼 '얻어야 할 결과'로 생각했던 거 같다. 여전히 어느정도는 말이다.

승진, 결혼, 내 집 마련, 혹은 원하는 직업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말이다.

예전엔 특히나 오랫동안 '뭔가를 성취해야만 한다'는 신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0여 년의 삶 속에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섰고, 그 선택에 대해 제대로 지지받지 못한 시간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늘 내가 택한 길이 실패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고, 동시에 타인의 인정을 갈망했다.




그러나 긍정심리학은 행복을 그렇게 미래의 목표로 두지 않는다.

마틴 셀리그먼(M. Seligman)을 중심으로 발전한 긍정심리학은, 전통 심리학이 병리와 결핍에 주목했던 것과 달리 인간의 강점(strengths), 미덕(virtues), 그리고 삶의 번영(florishing)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둔다. 행복은 언젠가 결과로 얻어야 할 성취물이 아니라, 이미 지금 이 자리에서 발견되고 길러갈 수 있는 삶의 방식인 것이다.


마틴 셀리그먼은 행복을 다섯 가지 차원으로 설명한다.

1. 긍정적 감정(Positive Emotion): 감사, 기쁨,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
2. 몰입(Engagement): 시간이 멈춘 듯 한 활동에 깊이 빠져드는 경험
3. 관계(Relationships): 신뢰와 애정을 기반으로 맺는 따뜻한 연결
4. 의미(Meaning): 나의 삶이 더 큰 맥락이나 가치와 이어져 있음을 느끼는 것
5. 성취(Accomplishment):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며 얻는 자기 효능감

그리고 이 앞글자를 따, 이 모델을 PERMA 모델(Positive Emotion, Engagement, Relationship, Meaning, Accomplishment)이라 한다.

행복은 단일한 결과가 아니라, 이 다섯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채워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성취’만 좇다가 나머지를 놓치면 오히려 공허해질 수 있다.


목마름이 깊어질 수록 균형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최근에 많이 들었다. 기대만큼 성취가 따르지 않을 때 스스로를 때리고 괴롭혔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 내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원하던 삶이 무엇이었던 건지를 돌아보려고 애쓴다.


회사의 문제일까? 긴밀하고 깊은 인간관계를 원해서일까? 조금 더 부유해지고 안정감을 찾길 원해서일까?

그러다 참 웃기게도 답이 긍정심리학에 있었다. 정말인지 돌아보면, 나는 너무나 소중한 '긍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자원들이 많다.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 무탈한 가족들의 안부, 10년 넘게 함께해 온 고양이들의 평안함, 그리고 앞으로도 그들의 삶을 지켜줄 수 있다는 다행스러운 책임감. 적응이 쉽진 않지만 여전히 다니고 있는 직장, 그리고 목표와 방향성을 새롭게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내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


PERMA의 모든 요소를 물론 균형 있게 다뤄야 훨씬 더 삶의 질적 구조까지 연결된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완벽한 균형을 언제나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는 것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미 내 곁에 있는 자원들을 바라보고, 그것이 주는 긍정적 감정을 잊지 않는 일이다. 성취가 더디게 따라올 때에도, 관계와 의미, 몰입의 순간은 여전히 나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 내 삶은 더 이상 공허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때로는 불만족과 조급함에 사로잡히며 슬퍼하고 쉽게 낙담하며 화를 내는 쉬이 보이는 인간 군상 중 하나다.


그러나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며, 그 과정은 이미 나의 일상 안에 깊이 스며 있다.


긍정심리학의 가르침은 머리로는 알면서도, 삶 속에서 자주 실천하기 어려운 거 같다.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의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가기 위해, 이러한 감정들을 외면하지 않고 수용하며, 가까이에 있는 감사의 이유들을 잊지 않고 하루를 살아가고자 한다.


우리 모두의 하루와 일상 역시 완전하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충분히 온전하길 바라며.


I see trees of green, red roses too
푸른 나무가 보여요. 붉은 장미도요.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그들이 당신과 날 위해 피어나는 게 보여요.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리곤 혼자 생각하죠,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지
I see skies of blue and clouds of white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보여요.
The bright blessed day, the dark sacred night
밝고 축복받은 낮과 어둡고 신성한 밤도요.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리곤 혼자 생각하죠,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지
What A Wonderful World- Louis Armstrong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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