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가?

by 금옥

인간의 삶에서 태어남과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필연입니다.


우리가 태어남은 모든 관계와 감정의 시작입니다. 반면에 죽음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과거의 잘못과 아픔을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태어남과 죽음은 불안과 공포, 애틋함과 허무함을 경험하는 감정입니다.


죽음은 과거의 상처보다 가족과 모든 사람들의 존재가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죽음은 필연이고,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과정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고난과 절망을 경험하는 전투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인생 후반기에 행복을 얻기 위해 모든 고난을 받아들였습니다.




강 00 어르신도 일 년 하고 몇 달만 있으면 100세가 됩니다. 저는 어르신께 어떠한 일이 있어도 꼭 백세에 빨간 깃발을 꽂으라고 말하였습니다.


“어르신 이제 21개월만 있으면 빨간 깃발을 꽂을 수 있네요. 식사 잘하시고 걸음마 연습 잘하시고 파이팅 해요. 아셨죠?”

“나는 120살까지 살고 싶은데... 풋풋풋 흐흐흐.”

어르신은 저에게 고맙다며 제 손을 잡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백세가 내 인생 시작이니 청춘 나이 20세는 먹어봐야지 안 그래, 센터장?”


어르신은 스스로도 우스운지 ‘풋풋풋’ 웃으실 뿐 통쾌하게 웃지 못하셨습니다. 어르신은 자신에게 죽음은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얼버무리며 말씀하셨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어르신은 지금은 뭔가 얻기보다는 더 아프지 않고 예쁜 잠자듯 잠들었으면 좋겠다고 다짐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은 잠깐 눈을 지그시 감으신 채 회상을 하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센터장... 나도 참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사니까 하는 일마다 잘되었다. 나는 집이 가난해서 학교 교문 앞도 가보지 못했지. 사실 산골에 살다 보니 학교가 너무 머니까 가볼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어. 그냥 먹고 자고 하면 사는 거라고 생각을 했지. 그런데 13살 될 무렵에 갑자기 엄마가 돈을 벌라고 양장점에 나를 취직을 시켜줬어. 내가 양장점에서 옷에 너덜너덜 있는 실들을 조그마한 가위로 깔끔하게 제거를 하면 주인 여사장님이 ‘강 00 너는 어쩜 손끝이 이렇게 야무지니 수고했다’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고 월급도 5원씩 더 주셨어. 그때 월급을 5원씩 더 주는 것도 고마웠지만,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사장님께 너무 고마웠다고.... 나는 사장님을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했어.”


그러던 어느 날 양장점 사장님이 유방암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후유증으로 양장점을 운영하지 못하게 되자 양장점을 어르신보고 직접 운영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내 나이 19살, 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양장점 사장님이 되었지. 나는 양장점 운영을 하면서 양장 기술을 배웠고 양장점에 자주 오시는 단골손님이 중매를 해주어 결혼을 하였지. 나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았는데 남편은 K대를 나와 시청에 부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어. 나중에 알고 보니 초혼이 아니라 재혼이었다. 나는 조금은 사기당한 기분이 들었어. 이혼하고 싶었지만 이미 내 뱃속에는 생명이 숨을 쉬고 있었고..... 내 뱃속에서 살아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아이를 차마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 나는 뱃속에 있는 아이 때문에 남편과 헤어지지 않고 살았어. 미운 정 속에서도 6남매를 낳았어.”


남편 월급으로는 육 남매를 공부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할 수 있는 건 그저 양장 옷 만드는 것밖에는 아는 게 없었습니다.


“육 남매를 위해서 양장점을 하려고 가게를 알아보려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은 800만 원밖에 없었어. 800만 원으로 가게를 구하려니 3평짜리, 4평짜리 가게에다 쥐가 왔다 갔다 하는 헛간이었지. 나는 돈을 조금 더 구해서 신선한 가게를 알아보려는데 내가 원하는 가게가 없었고, 그야 물론 돈도 융통을 못 했지. 어쩔 수 없이 나는 처음에 보아두었던 4평짜리 가게로 가서 계약을 하려는데 일주일 만에 400만 원이 올라버렸다. 800만 원짜리가 1,200만 원인 거야......”


‘뭐야, 7일 만에 400만 원이나 올라, 도둑 아냐? 강도 아냐? 말도 안 돼. 올라도 그렇지 일주일 만에 어떻게 400만 원이나 훨...’ 나는 갑자기 획기적인 생각을 했지.‘그래 양장점을 할 것이 아니라 집 장사를 해야겠다.’


강 00 어르신은 그때부터 헌 집을 사서 새집으로 만들어 사고팔고 하여 6남매가 하고자 하는 공부를 시켰다고 하였습니다. 큰딸은 노래를 잘해서 피아노 공부를 시켰고, 둘째는 수학을 잘해서 수학 쪽으로 공부를 시켰고, 셋째는 조카들이 오면 조카들하고 너무 즐겁게 노는 것을 보고 보육교사 공부를 시켰습니다. 넷째는 손끝이 어르신을 닮아 야무져서 디자인 공부를 시켰고, 다섯째는 책을 좋아하고 아이들이 모일 때면 무조건 병원 놀이만 하자고 울음을 그치지 않아 의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시켰고, 여섯째도 다섯째 누나하고 병원 놀이를 하고 놀아 여섯째도 의대를 보내기로 계획을 짜서 공부를 시켰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은 6남매를 어르신 계획대로 잘 키우셨습니다.


첫째는 피아노 학원을 크게 운영하고 있고, 둘째는 국민은행 은행장까지 하고 정년을 하고 지금은 주식회사를 차려 운영하고 있고, 셋째는 어린이집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넷째는 강남 압구정에서 양장점을 운영하고 있고, 다섯째는 치과 원장으로, 여섯째 남자아이는 내과 원장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만날 때마다 자랑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자부심을 가지고 6남매 자랑을 하시던 어르신이 2025년 들어 올해는 자식들 이야기를 전혀 안 하십니다. 저 역시 어르신 마음에 불편을 드릴까 봐 물어보지 않습니다. 어르신은 생각이 많이 바뀌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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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4일 날 방문을 하였는데 예쁜 옷을 입고 목걸이도 착용하시고 손톱에 매니큐어도 분홍색으로 바르셨고, 얼굴에도 화장을 곱게 하고 계셨습니다. 강 00 어르신의 아름다움에 저는 깜짝 놀라 말했습니다.


“어르신 어디 다녀오셨어요? 오늘 너무 예쁘세요, 너무 멋지세요.”“정말 나 멋져?”

“그럼요, 너무 멋져요. 빛이 나요. 우와 너무 예쁘시다. 따님들이 예쁜 옷 사다 주었군요?”

“아니, 내가 요양보호사한테 부탁해서 홈쇼핑에서 샀어. 괜찮아?”

“네, 너무 멋져요.”

“요양보호사가 매니큐어도 발라줬어. 내일은 월드비전에 다녀오려고.”

“그동안에는 연말에 후원을 했는데... 내가 2026년 12월을 만날지 못 만날지 몰라서 매월 5만 원씩 빠져나가도록 계좌이체 해두려고요.”


어르신은 현재 98세이십니다.


그동안에는 자녀들 키우느라고 앞만 보고 살았는데 자녀들 다 결혼시키고 자녀들 앞가림을 하고 살기 때문에 이제는 나를 사랑하고, 주변도 돌아보면서 살다 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 키울 때는 시장에서 콩나물 좀 더 달라고 앙탈도 부리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사람들이 나를 참 깍쟁이라고 했을 걸 생각하니...”


어르신은 말씀을 하시다 말고 멍하니 고개를 들고 생각에 잠기셨습니다. 삶이 어르신에게 시련을 준 것에 대한 야속함이 눈가에 쓰여 있었습니다.


다운로드 - 2025-12-14T070359.582.jpg <핀터레스트>

“센터장, 살면서 어떤 상태가 되더라도 놀라지 말고 실망하지도 말고 크게 기대하지도 마세요. 그리고 크게 성공해도 너무 기뻐하지 말아요. 인생이란 그렇게 휘둘릴 만한 가치가 없어요. 나는 너무 늦게 가치 있게 살아보려고 했는데 세월이 벌써 여기까지 왔네. 목적지에 다 왔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길... 이제는 하루하루가 더 소중해서 남은 시간은 나를 위해 살아야지. 예쁜 옷도 입고, 요양보호사와 산책도 하고, 요양보호사와 병원에도 가고, 요양보호사와 콩나물 국밥집에 가서 따끈하게 콩나물국밥도 먹어도 보고. 24시간이 나만의 시간이라서 서둘지 않고 천천히 하나하나 해야지. 아직 죽지 않은 한, 내가 살아 있는 1초까지도 나를 위해 써야지, 안 그래?”


“어르신 그럼요. 지금까지 고생하셨으니 어르신만 생각하고 사시면 됩니다. 죽을 때까지 절대 자녀들에게 재산을 먼저 주지 마시고요. 아셨죠?”


어르신은 하루하루 삶 속에 고통이 없기를 바라며, 내면에는 애틋한 마음과 삶에 대한 집착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누구보다 속 깊은 외로움을 스스로 방어하고 계신지도 모릅니다.


“어르신 요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오나요?”


저는 어르신께 조심스러우면서도 분명하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르신, 죽음을 생각하시니 두려우세요? 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매일매일 요양보호사가 어르신께 와서 옆에 있으니까 급한 일 있으시면 제 전화번호 아시죠? 꼭 전화하시고요. 아셨죠? 그동안 애쓰시고 살아오셨으니 남은 시간은 어르신을 위해 파이팅입니다.”

“그려 그려.”


어르신이 느끼는 죽음은 통증에서 벗어나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죽음이 마치 편안하고 고통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르신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모든 근심을 버리고 그동안 하지 못한 일, 미뤄두었던 일을 마무리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한 해가 오네요.”


그날 어르신의 집을 나오며 머릿속에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영원히 살 것도 아니면서, 영원히 살 것도 아니면서. 당장 세상을 하직할 수 있는 사람처럼 행하고 말하고 생각하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메인화면: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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