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나의 운명은 정해져 있을까? 을축년 모월모일 모시에 태어난 나는 어떤 삶을 살다가게끔 설계되어 있을까? 우리는 정확하고도 세밀하게 설계된 운명의 굴레 속에서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내는 존재일 뿐일까?
생명의 탄생과 함께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죽음의 명확성에 두렵다가도, 그 죽음이 언제일지 모른다는 불확실함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우리에게 가장 명확한 것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또 하루를 살아나간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우뚝 솟아 있는 산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산이 아름다운 이유는 하늘이 있기 때문이구나. ' 하늘의 푸르름이, 그 광활함이, 한 폭의 그림 속 여백처럼 여운을 남겨두기 때문에 산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구나 싶었다. 산속에 울긋불긋 물든 나무들은 자신들의 나뭇잎이 물들고 낙엽이 되는 것에 원망함이 없다. 가을 속의 아름다움으로 남아 계절을 그저 즐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