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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씨 Mar 03. 2024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자.

프롤로그

브런치 작가 신청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휴대폰 속 노트에는 내 생각들이 가득 담겨있다. 걷다가 문득 든 생각들을 메모해두기도 하고, 잊고 싶지 않은 딸아이의 말들을 기록해두기도 한다. 늘 가지고 다니는 작은 노트에는 책을 읽다가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을 기록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소심한 나만의 서평을 적어두기도 한다. 나는 다독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제목만 보고 책을 샀다가 잘 읽히지 않아서 책장에 그대로 꽂아두기만 한 책들도 많고, 누군가의 추천으로 책을 사두고 펼치지도 않은 책들도 많다. 그럼에도 운명처럼 이끌리는 듯한 책들이 종종 나타난다. 내가 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선택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책은 목차부터 나를 유혹한다. 마치 목마른 나의 목에 촉촉한 물을 채워주듯 나의 갈증을 해소해 준다. 그렇게 홀린 듯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나간 책도, 한줄한줄 놓치고 싶지 않아 열심히 필사를 하며 내 것으로 만들어나간 책도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한 달에 책을 몇 권 읽고, 1년에 책을 몇 권이나 읽는지 숫자에 연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나는 나의 목마름을 누군가가 해결해 주기를 바랐고, 그 바람들을 책 속에서 찾았을 뿐이다.



마음속에 흩어져 있던 각자의 목마름이
좋은 책을 만나는 순간,
마치 나에게 꼭 맞는 신발을 찾은 것 같은
 기분 좋은 편안함을 느낄 때가 있죠.
그러니 때로는 지금 읽고 있는 책 한 권이
 그 사람이 머물고 있는 세상을 대신 보여주기도 합니다.

<기획자의 독서>-임도영



브런치 서랍 속에는 내가 기획해 둔 브런치북이 서너 권 있다. 그 모든 내용 중에서 나는 나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고 싶었나 보다. 나의 마음속 이야기들을 해방일지를 통해 연재하면서 토해내듯 나의 이야기를 해나갔다. 그렇게 마음껏 토해내고 나니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뭔가 그럴듯한 브런치북을 연재하고 싶고, 내가 홀리듯 읽어 내려간 책들처럼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글을 책으로 만들어 내보이고 싶어졌다. 시작하지 않으면 그런 글들을 쓸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또 함정에 빠져든 것이다. 이의 입학을 앞두고 있다는 핑계로, 시간이 없을 것 같다는 핑계로 다시 또 나의 게으름과 완벽주의가 만나 시작을 미루고 있었다.







오늘 낮에 신랑과 아이와 함께 집 앞 도서관에 다녀왔다. 도서관에 가면 세상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구경하는 느낌이 든다. 새로 나온 책 코너에 가서 제목들을 쭈욱 훑어본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책이 나를 이끌었다. 목차글에서부터 나를 끌어당긴다. 처음 챕터가 '어떻게 시작하는가'이다. 지금의 나를 위한 책인 것 같다는 생각에 냉큼 대여를 해왔다. 그리고 챕터 1의 첫 번째 글을 읽고 브런치 앱에 들어와 저장해 두었던 브런치북 발행버튼을 눌러버렸다.


'잘 쓰지 않겠다.'


챕터 1의 첫 번째 글 소제목이 '잘 쓰지 않겠다'이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과한 욕심을 낳는다. 어떤 욕심인가? 여러 번의 퇴고 이후에야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을 처음부터 통째로 거머쥐겠다는 불가능한 욕심이다. 세상에 단번에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
.
(중략)

그러니 진정으로 글을 쓰고 싶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잘 쓰지 않겠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끝까지 쓰겠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자. ' 잡다한 핑계들은 집어치우고, 내 마음이 쓰고 싶으면 그냥 쓰자. 그렇게 끝까지 써보자. 그렇게 나는 다시 또 걸음마를 내딛는 아이처럼 새로이 시작해 보자 다짐을 해본다.









불행의 반대말을 행복이 아닌 평범한 나의 하루로 바꾸어 바라보자 행복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나의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소중해지고 내가 누리는 모든것들이 감사해지는 마법처럼.


'행복'이라는 단어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참으로 달콤하다. 그러나 내가 겪고 느꼈던 행복은 달콤함만이 아니었다. 달고, 짜고, 시고, 쓰고, 매운 모든 맛이 어우러져서 멋진 요리로 만들어 낸 것이 행복이 아닐까 한다. 그 모든 순간들이 나의 인생에서 어우러지고 조율되면서 만들어지는 나의 평범한 하루 속 행복을 기록하고자 한다.











메인사진출처: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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