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자씨 Mar 10. 2024

시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틀려도 괜찮아

우리 집 거실에서는 맞은편 초등학교가 아주 잘 보인다. 점심시간에는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나와 까르르 웃어대는 소리가 환기시키는 창문사이로 새어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다. 마치 딸아이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처럼 정겹고 따뜻해서 심장이 몽글몽글해진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곳곳에 봄이 느껴진다. 아이들의 입학을 환영하는 학교 앞 플래카드에서, 따뜻해진 햇살에 손에 걸친 외투를 들고 걸어가는 모습들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신입생 아이들의 설레는 발걸음 속에 봄이 깃들어있다.

새로운 시작은 늘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변화들을 맞이해야 한다. 그렇기에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고 나를 어떤 곳으로 향하게 할지 시작해보지 않으면 모를 그 미지의 시간들. 익숙해지면 또다시 잊을 그 설렘과 두려움의 순간들이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3월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는 첫 주를 설렘 속에서 보냈다. 눈은 말똥 귀 쫑긋 세워 긴장한 채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을 딸아이를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시선을 이동하며 동그란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는 딸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학교를 마치고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너무나 재밌었다고 빛나는 눈동자로 나에게 조잘대는 딸아이의 모습이 감사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불안한 내 마음은 작고 소중한 네가 잘할 수 있을까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런 너를 놓아줄 내 마음을 믿지 못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선생님과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모든 것들이 익숙해지기까지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나에게 어리광을 피우는 딸아이의 모습에 오히려 안도했다. 재밌는데 힘들다며 투덜거리는 모습이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너의 모든 고통과 힘겨움 들을 대신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스스로 배워가도록 지켜봐 주어야 을 안다.


울퉁불퉁한 돌길에 씽씽이를 타고 가겠다는 너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대신 웃음 지으며 너를 기본다.


읽었던 전래동화책을 읽고 또 읽고 계속 읽어달라는 너를 보며 전래동화를 참 좋아하는 아이라는 것을 알아차려본다. (그중에서도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너를 가르치기보다 주도적으로 공부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코칭해 주는 부모가 되길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이렇게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나도 한 걸음씩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소파에 누워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나를 사랑하기에 수영을 하러 문밖을 나선다.


배가 고파서 당장 빨리 먹을 수 있는 빵을 와구와구 입에 넣고 싶지만 나를 사랑하기에 나물반찬과 계란프라이를 구워 김치찌개에 나를 위한 한 끼를 정성스레 차려 먹는다.


그렇게 나에 대한 사랑은 지금 당장의 달콤함보다 노력과 인내가 차곡히 쌓여 나 자신으로 오롯이 돌아왔을 때 더 빛난다는 것을 배워나간다.


남들과 다름이 두려워 빠른 정답을 찾는 길을 걸어가지 않기를 노력해 본다. 나와 너의 틀린 답들 속에서 우리만의 정답을 찾아가기를 바라본다. 그러니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틀려도 괜찮으니 우리 모두 이 아름다운 봄의 시작을 만끽하자고 마음으로 소리쳐본다.

이전 01화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