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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씨 Apr 25. 2024

서브웨이? 지하철역은 1번 버스 타고 가면 나와.

ep.6




26살의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산에서 대만으로 진출한 개구"Subway"는 그저 "지하철"이었다. 


언어중심 수업이 끝나면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산 위에 위치하고 있는 언어중심 센터에서 학교 정문으로 걸어 내려오는 동안 우리의 첫 번째 토론 주제는 '오늘점심은 무엇을 먹을까?'였다. 아직 중국어 기초반이었고 영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우리의 공통언어는 영어였다.


미국인 친구가 오늘 점심메뉴를 제안했다.


"How about SUBWAY?"(서브웨이 어때?)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지하철이 어떠냐고? 저 친구는 오늘 같이 점심을 안 먹고 지하철 타고 어디 가려고 그러나?'


곧이어 일본친구가 대답했다.


"Sounds good. Do you know where SUBWAY is?"

(그거 좋은데. 서브웨이가 어디 있는지 알아?)


다른 친구들의 침묵이 조금 길어졌다. 다들 서브웨이가 어디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후훗. 다들 지하철역을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모양이군. 내가 알려줘야겠어. '


내가 다니던 정치대학교는 지하철을 타려면 버스를 타고 나가야 했다. 교내 기숙사에 살던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매일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나가서 다시 또 마을버스를 타고 국제기숙사로 가야 했다. 그렇기에 몇 번 버스를 타야 지하철역으로 가는지 잘 알고 있주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If you take the green number 1 bus, you will find a subway station."

(녹색 1번 버스를 타면 지하철역으로 갈 수 있어.)


어느 정류장에 내려야 하는지까지 상세히 알려주려는데 친구들의 눈빛이 약간 이상함을 감지했다.


'뭔가 잘못말했나? 뭐지 이분위기는?'


곧이어 일본여자 친구가 박장대소를 하더니 모두가 웃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웠지만 나도 함께 따라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내가 아는 서브웨이가 그 서브웨이가 아닌 건가... '하고 생각이 드는 찰나에 일본여자 친구가 나에게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친구들이 말했던 서브웨이는 샌드위치를 파는 프랜차이즈 스토어의 이름이었다는 것을.


'젠장.'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당당하게 이야기했건만 서브웨이가 지하철이 아니라 샌드위치 파는 곳이었다니. 부산에서 온 개구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서브웨이는 나 빼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 유명한 브랜드였다.


한바탕 웃고 넘긴 에피소드로 끝나긴 했으나 소심한 나는 그날 밤 기숙사로 돌아가서 이불킥을 만 번쯤 찼다.


우여곡절 끝에 처음 가서 맛본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샌드위치 안에 들어갈 메인토핑을 선택하고 빵도 선택하고 야채도 선택하고 소스도 선택할 수 있다니. 완전 맞춤 샌드위치가 아닌가. 처음에는 영어로 주문을 하다가 대만에 살아가면서 중국어로 자연스럽게 서브웨이를 주문할 수 있게 되는 그 뿌듯함이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수많은 메뉴를 먹어본 결과 내가 가장 좋아했던 옵션은 참치와 파마산빵을 선택한 뒤 모든 야채를 넣고(올리브는 더 많이 추가한 다음), 허니머스터드소스와 스위트어니언 소스를 반반 뿌려먹으면 30센티도 혼자 순식간에 먹을 수 있었다. 음료의 커스터마이즈도 충격이었는데 샌드위치까지 개인의 취향대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니. 대만생활은 여러모로 나에게 신세계 그 자체였다.


얼마뒤 대만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져 갈 무렵, 대만에서는 영어로 지하철을 Subway라고 표현하는 대신 MRT(Mass Rapid Transit)라고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불킥을 만 번쯤 찰 만큼 그 당시엔 창피하긴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웃으며 기억할만한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마흔이 된 지금, 틀리거나 실수하는 것이 이따금 두려운 나는 26살 패기 넘치던 그때가 그립다. 실수하거나 틀리는 것에 두려움이 없던, 작은 용기라도 수시로 낼 수 있었던 그 시절의 내가 그립다. 어쩌면 나에게 대만은 그리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점심은 써브웨이로!!! 뿌뿌!









메인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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