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자씨 May 02. 2024

페이스북? 나도 책 좋아해.

ep.7




지난 에피소드에 이은 우물 안 개구리 시리즈 2탄.








처음 대만에 도착해 내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휴대폰을 사서 개통하는 일이었다. 대만유학카페에서 알아본 바로는 대만에 가서 노키아 휴대폰을 사서 개통하면 가장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대만에 도착한 다음날 국제 기숙사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휴대폰을 사기 위해 시내로 향했다. 그중  중국계 미국인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중국어도 영어도 모두 유창해서 함께 가는 것이 아주 든든했다.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중화전신(中華電信)으로 가서 검은색 노키아폰을 구매했다. 그 당시 대만돈으로 1,000 NTD정도였던 것 같은데 한국돈으로 계산하면 약 4만 원이었다. (기억이 흐릿해서 가격이 정확하지는 않다.) 그리고 개통을 한 뒤 유심카드를 사서 충전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 되었다. 이제 나도 대만에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생긴 것이었다. 뿌듯하기도 하고 이제부터 정말 대만생활이 시작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설레었다. 함께 온 친구들도 똑같이 노키아폰을 구매한 뒤 휴대폰을 개통하고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점심 메뉴는 기숙사 근처에서 유명한 완탕이었다. 뭔가 동그란 어묵을 동동 띄워놓은 듯한 어묵탕 같은 비주얼이었다. 설렘반 기대반으로 한입 맛보았는데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뭔가 밍밍하고 심심한 느낌이랄까. 한국의 국물요리들은 간이 잘 되어 있는 느낌인데 처음 맛본 대만의 국물은 뭔가 밋밋했다. 어쨌든 완탕은 우리나라 어묵 같은 느낌이라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완탕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중국계 미국인 여자친구가 일본인친구에게 물었다.


"Do you have Facebook?"


그 뒤로 몇 마디 대화들이 지나갔다. 나는 얼핏 스치듯 들은 "Book"이라는 단어에 꽂혀 무슨 책 이야기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곧이어 나에게도 물어왔다.


"Do you have Facebook?"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생각들이 지나갔다.


'요즘 핫한 책인가? 책이름이 페이스 북인가? 얼굴에 관한 책인가...?'


"Umm... I also like a book."


이게 무슨 말인가... 나도 책을 좋아한다니... 대답을 해놓고 나도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페이스 북이 무엇이란 말인가...


친구들이 웃기 시작했다.


"Oh my god, Yuha, you don't know Facebook?"


'그래. 모른다 이 녀석들아...!'


얼굴이 시뻘게 진채 페이스북이 도대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박장대소를 하던 친구들은 나에게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 당시 나에게 소셜 네트워크는 싸이월드였는데 말이다. 그날 기숙사로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페이스북 아이디를 개설했다. 나만 몰랐던 신세계였다. 마치 세상사람들이 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스크림 폴더폰고 싸이월드를 하던 우물 안 개구리는 그제야 페이스북이 얼굴에 관한 유명한 책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출처:핀터레스트





메인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