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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씨 May 16. 2024

대만야시장 유랑기#1

ep.9




"야시장(夜市場):밤에 벌이는 시장 "


대만에 가서 가장 재밌게 느껴졌던 문화는 단연코 야시장이라는 밤문화였다. 예쓰(夜市)라고 불리는 야시장은 정말이지 타이베이의 곳곳에 존재했다.


나의 첫 야시장은 "쓰린 야시장(士林夜市)"이었다. 언어중심 선생님께서 반친구들과 함께 데려가 주신 쓰린 야시장은 타이베이에서 유명한 야시장중 하나이다. 해가 어스름하게 질 때쯤 사람들로 가득 찬 야시장으로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을 통과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빨간 불빛들이 선명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걸음걸음마다 음식냄새가 나를 유혹했다. 그날 우리는 저녁식사를 야시장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대만현지인인 선생님께서 데려가주시는 거라 믿고 따랐다. 처음 내 발길을 멈춘 곳은 지파이(雞排)를 파는 곳이었다. 닭가슴살을 넓적하게 펼쳐서 튀김옷을 묻힌 뒤 튀겨내는 음식인 지파이는 대만 특유의 시즈닝맛이 일품이다. 처음 먹을 때는 우리가 흔히 먹던 치킨과는 달리 향신료의 향과 맛이 느껴져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나는 너무 맛있었다. 지파이를 주문하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온두라스에서 온 같은 반 여자 친구가 예쁘고 조그마한 병에 들어있는 향기가 나는 손소독제를 짜주면서 나에게 경고했다.


"먹는 거 조심해야 돼. 안 그럼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될 거야."


순간 나는 그 친구의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이 귀여워 '풉'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날 밤, 그 친구의 경고를 귀담아들었어야 했다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긴 내 입을 꿰매고 싶었지만, 어쨌든 나는 그 순간이 너무 설레고 신나서 즐기고 싶었다. 지파이, 탕후루, 양꼬치, 오징어튀김등 유명하다는 간식거리들을 맛보았다.


선생님은 우리를 야시장 안에 있는 작은 식당으로 데려갔다. 대만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하셨다. 나는 주저 없이 익숙한 메뉴인 자장면을 주문했다. 지금이야 이연복 셰프님이 방송에 나오셔서 중국식 자장면과 우리나라 자장면은 다르다고 말씀해 주셔서 아주 잘 알고 있지만, 그때의 나는 대만에서 먹는 자장면도 우리나라 자장면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름도 같은 자장면(炸醬麵)이니까!!!








그러나 내가 일평생 먹어왔던 자장면과는 완전 다른 맛이었다. 우리나라 자장면은 달고 짠맛이 함께 면과 어우러지는 맛이라면 대만에서 그날 먹은 자장면은 짠맛이 아주 강했다. 그리고 면과 소스가 꾸덕하게 비벼져서 어우러진다기보다 다 비벼도 소스가 약간 희멀건 느낌이었다. 그런데 짠맛이 강해 소스를 더 넣기도 애매한 그런 맛이었다. 함께 주문한 삶은 닭요리? 도 뭔가 밍밍하고 심심했다. 우리나라의 백숙 같은 느낌이었는데 먼가 살이 더 딴딴했다. 잠시 후 주문한 요리를 몇 숟갈 먹고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흐르면서 엉덩이에 힘을 주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상황이었다. 나에게 손소독제를 준 친구가 미소를 띠며 물었다.


"너 배 아프지?"


마치 자신은 이미 겪어봤다는 듯 내 표정을 읽고는 나를 화장실로 데려가 주었다. 그 친구는 이번이 야시장을 방문한 지 5번쯤 되었고 자기도 처음 방문했을 때 길거리 음식들을 먹고 배가 아파서 혼쭐이 났었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 그러고 익숙해지니 이제 괜찮다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어쨌든 나는 한바탕 폭풍 같은 시간을 겪고 부글거리는 배를 움켜쥔 채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이 눈에 보이면 들어갔다 나오기를 수차레 반복했다. 더워서 흘리는 땀과 식은땀이 섞여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기숙사로 돌아와 있었고, 한국에서 챙겨 온 배탈약을 먹고 나서야 진정되었다. 아찔한 대만의 첫 야시장 신고식이었다.










대만야시장 유랑기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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