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좋아하는데
물이 끓자 면과 스프를 넣었다
물도 알맞고 조리 시간도 정확하다
처음부터 내가 끓인다고 했는데
내가 더 잘 끓이고 잘할 수 있는데
부엌칼은 냅다 뺏은 냄비를 곧바로 싱크대 물을 틀어 받는다
흰머리 부엌칼은 날마다 인사만 받더니 내 속은 알려하지 않는다
깨끗이 씻었다 해도 한 번은 놀라지 않게 헹굼이라도 해야 않겠니?
어느 나라는 숟가락도, 포크도 순서가 있고 꼭 자리도 지켜야 한다던데
나는 옆에 놀고 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받으려 했는데
그러면 물도 깨끗하고 뜨거워 시간도 단축되는데
무지막지한 부엌칼은
내 손에 든 냄비를 가로채는 손놀림이 보통이 아니다
농구시합도 아닌데
벌써 맛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 일을 덜어주려 했는데
부엌칼과 나는 조리법이 다르다
1950년도 아니고
1970년대도 아닌데
지금은 2023년인데
나는 라면을 씹었다
맛있는 라면을 찾아갔다가 배만 채우고 있는 나
정확하게 끓였어도 입맛이 사라져 버린 사랑 없는 라면
부엌칼 보고 있니
2023년에는 사랑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