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샘 죄송해요
의심이 많다.
아니 완벽주의라 쓰고 겁쟁이라고 읽는다. 실패할까 봐 겁나서 이것저것 재고 또 잰다.
그래서 스스로 창의적인 뭔가를 하는 것보다 사회가 정한 잣대에 나를 맞추거나 타인이 평가 또는 인정해주는 일을 하는 것이 여전히 익숙하고 편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시험이나 자격증에 용기 있게 덤비는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 뭔가를 시도하기란 참 어색하고 버겁다. 그런 나에게 글쓰기란...
어린 아들에게 화를 내고 그 화는 잘 풀어지지도 않고, 돌아서서 자책하며 눈물 흘리는 나 자신을 보면서,
아들과의 대화가 서로 짜증 섞인 언쟁으로 끝나는 것을 보면서 절박함을 느꼈다.
아들에게 사춘기가 오기 전에 우리 관계가 조금이라도 편안해져야 할 텐데...
아이가 외롭지 않은 사춘기를 겪게 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를 서운함이나 후회 없이 독립시키고, 아이도 두려움 없이 멋지게 세상으로 나가게 하고 싶다.
나는 외로운 어른이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주된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우리 아이에게 베이스캠프 같은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이고 싶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달라져야 아이와의 관계도 달라지고 아이도 편안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직은 나도 달라진 게 별로 없고, 우리의 관계도 그대로다.
그래서 오늘도 읽고 쓴다.
[오후의 글쓰기]를 읽으니
때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잔소리하는 언니가 옆에 있는 거 같고
때로는 묻지 마. 잔소리 말고 ‘일단 글쓰기 시작하자’며 이끌고 가는 두목이 있는 거 같기도 하다.
글쓰기를 시키는 사람도 검사하는 사람도 없다. 쓴다고 칭찬해 주는 사람도 없고, 안 쓴다고 혼낼 사람도 없어서 시작은 어렵지만 그만두기는 너무나 쉽다. 게다가 그만둘 수 있는 정당한 핑계 아니 어른이 할 일이 너무 많다.
이은경 샘은 평범한 일상에 하늘의 도움이 더해지길 간절히 바란다면 오늘부터 글쓰기를 시작하며 스스로 돌보고 칭찬하고 도우라는데, 스스로를 돌보고 칭찬하고 도우라는 문구가 참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부터 돌보는 사람이 되어서 아니 그전부터 스스로 '나'를 돌보고 칭찬해주고 돕는다는 것은 어색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글이 조금 얄밉다는 표현으로 잡힐 듯 안 잡히고, 여차하면 때려치우고 싶다 했다. 하지만 글쓰기는 요요가 없다면서 아무리 방심해도 절대 예전으로 돌아가거나 더 나빠지지 않는단다.
성장만 있고 후퇴는 없다는...
이런 괜찮은 투자 거리가 어디 있나 싶다. 일단 시작하고 쓰기만 하면 차차 좋아진다니... 투자만 하면 수익이 난다는 거 같아서 글쓰기가 좋아지려 한다.
글쓰기의 장점은 이외에도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고 본론을 꺼내도 괜찮고 심지어 원하는 만큼 원하는 장소에서 바로 시작하고 끝낼 수도 있다. 사실 나의 고민이나 비밀 등을 하나도 숨김없이 다 털어놓아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사이의 사람 관계는 어렵다. 작가도 말하지만 며칠 전 본 세바시 강연자 조우성 변호사도 그런 말을 했다.
"좋았던 때의 비밀 공유는 둘 사이를 끈끈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관계가 틀어지면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약점, 빌미가 된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글에는 털어놓아도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치유의 과정이 될 수 있나... 쓴 글들이 자신을 위로하기 때문인가 싶다.
선생님은 이런저런 이유와 장점들로 글을 쓰기로 했다면,
이제 습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굳이 오늘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은 조금 미루고 우선순위를 글쓰기로 하고 시작해 보라는,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 하루를 글쓰기로 시작해 보라는(대신 글쓰기만 정확히 30분 하기다 딴짓하지 않기), 영감이 생기기를 기다리지 말고 일단 써보라는,
그리고 많이 아무거나 읽으라고 한다. 읽으면 쓰게 되고, 더 읽으면 더 잘 쓰게 된다고 말이다.
글 쓰는 방법에 대한 리뷰는 다음 편에서...
뭐라도 쓰려고 노력 중인데, 뭘 써야 할지 몰라서 읽은 책 리뷰를 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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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