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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니니 Dec 12. 2022

너를 만난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최유리 작가를 보았다. 

약간 삐딱해 보이는 가르마에 꼬불꼬불한 파마 헤어스타일이 조금 강해 보이면서도 섹시해 보였다.

그녀의 말투와 목소리가 예뻐서 유튜브를 끝까지 보았다. 절박함이 창피함을 이긴다는 말은 그녀가 그때 한 말이다. [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는 그녀의 책도 주문했다.


자신을 살리는 것이 글쓰기였다는 이야기는 그녀 외에도 여러 명이 말했다. 밑져야 본전이니 시작해보기로 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나도 괜찮은 엄마이자 사람,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표지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제일 먼저 집어 들었다. 

그녀가 모범생이 된 것이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생존 전략이었다는 사실이 나와 비슷해 보였다. 평생 엄마의 인정을 갈구한 모습, 일류대 출신의 좋은 직업을 가진 옷 잘 입는 예쁜 여자가 되고 싶어 한 것, 내가 글을 썼었나 싶을 정도여서 놀랐다. 그녀는 남이 정한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 나의 세계에서 결국 나를 만나기를 주문했다. 


원가족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나 스스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자기애라고 말해준다. 어른은, 엄마의 인정 더 크게는 외부에서 오는 보상과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게 아니라 자존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게 어른이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 잘했다. 그만하면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좋을 날 일거야.' 등 나에게 사소하게 칭찬해주고 나 자신을 소소하게 인정해주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사십춘기를 겪으면서 요즘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화두에 대해, 그녀는 정교하게 정리하고 깔끔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화나다’,  ‘화내다’는 다르다. ‘화나다’는 나의 감정 상태이지만, ‘화내다’는 내 감정을 타인에게 전하는 행위다. 즉 화가 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화를 밖으로 내는 것은 조절해야 한다고 정리해 주었다. 

'카리스마'와 '아우라'의 차이를 통해 나는 아우라 있는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다고 느꼈다. 비상한 힘을 가졌음을 타인으로 하여금 믿게 하는 능력을 카리스마라고 한다. 남과 구별되는 사람, 주위를 압도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존재감을 발하는 사람이 아우라 있는 사람이다. 약간의 미묘함이 있지만 고압적이지 않는 것이 아우라 같다.     

'심플 라이프'와 '미니멀리즘'을 구별하는데, 전자는 본질을 제외한 군더더기를 제거한 삶이다. 즉 심플 라이프는 본질이 무엇인지 묻지만, 미니멀리즘은 본질이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미니멀리즘에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제거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과하지 않지만 본질을 지켜내는 삶을 살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 생겼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다. 고등학교 때 논술시험 대비로 요점만 읽었던 책인데 이제 차분히 곱씹어보아야겠다. 그는 사랑을 명사형(love)이 아닌 동사형(loving)으로 표현한 데서 사랑은 능동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책에 따르면, 보통 사랑하기(loving)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로, ‘사랑하기’를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옳다. 사랑은 능동적인 노력이다. 그래야 유지도 되는 것이고 말이다.

또 사랑받기 위해 매력을 가꾸기보다는 ‘사랑하기’의 능력을 가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랑하기’의 정점에는 ‘용기’와 ‘믿음’이 있는데, 믿음은 누군가의 성장을 기대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이때 믿을만하다고 검증된 누군가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서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는 상황에 자신을 완전히 던지는 ‘용기’를 갖는 것. 그것이 그가 말한 사랑의 가장 높은 경지인 ‘믿음’이라고 설명한다.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사랑은 어떤 관계이든지 상관없는 사랑을 말하는 것인가. 사랑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용기, 믿음이 부모 자식 간에도 해당되는 거 같다. 스스로에 대한 용기와 믿음도 해당될 거 같다. 



우울증에 걸린 작가는 살기 위해 글을 쓰고 자신을 알아가면서 행복을 찾았다. 나 또한 그런 과정 중에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과의 만남은 소중하다. 지금은 책을 읽고 이해하고 정리하는 수준, 글 쓰는 능력 모든 것이 미약하여 글발행이 부끄럽다. 시작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면서 읽고 쓰는 과정 중에 성장해 나가고 나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용기 내어 본다.




#자기애 #어른 #샤넬백 #최유리 작가 

#사진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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