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니니 Dec 09. 2023

뿌린 대로 거둔 식판

남들 다 걸릴 때 잘 지나갔는데, 안타깝게 결국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아이가 며칠 전 열이 잠깐 나다 말았는데, 그로부터 3일 뒤 내가 온몸 마디마디가 쑤시다는 것을 알았다. 

날도 스산한데 운동을 좀 열심히 했나 싶어 쉬어야겠다 하던 차에 열이 오른다.

날이 춥긴 춥지 하면서 누워 있다 불현듯 코비드 검사나 한번 해보자. 싶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도 없이 한 그야말로 그냥 해 본 검사였다. 

어랏~ 양성? 못 보던 두줄이다. 

곧장 마스크를 쓰곤 방문을 닫았다. 

때마침 귀가한 남편에게 문 너머로 말했다. 

"나 코로나 걸렸어. 빨리 마스크 써!" 


그리고 시작된 격리...

어제까지 열이 39도까지 계속되고 해열제를 먹으면 살짝 떨어졌지만 보통 38도를 넘었다. 그리고 온몸이 너무 아팠다. 화장실에 걸어가는 것도 힘들 만큼 아팠다.

입맛도 없던 터라 처방받은 약을 먹고 나아야 하나 계속 고민했다. 검색해 보니 처방약의 부작용이 입맛을 더 떨어지게 하는 것도 있어서 더 망설여졌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는 열이 안 나고 있다. 목이 아파서 새벽 2시 반에 이브로펜을 먹은 것을 제외하면 오후 7시까지 약도 복용하지 않았고 조금 살만한가 보다.

집에 있는 애도 잡고, 글도 쓰고 있다. 


남편은 지금까지 2번의 코로나와 1번의 독감으로 총 3번의 격리를 했다. 물론 작년 초에는 격리기간도 더 길었다. 어쨌든 구시렁거리는 했었지만 아픈 사람의 회복을 위해 5대 영양소를 두루 갖춘 맛과 영양 있는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내가 차려준 식단


그런데, 내가 격리 중에 얼추 비슷한 식단을 받고 있다. 나름 밥, 고기, 야채, 과일까지 갖춰보려 애쓰는 식단을 준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이런 때 하는 말인가? 

아파서 다 못 먹었지만 고마웠다. 남겨진 밥을 보면서 잘 먹어야 한다고 재촉하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은 사랑하나 보다.

아들도 귤이랑 물을 자꾸 가져온다. 그거라도 먹으라고...

그런데 아이를 혼냈다. 하기로 한 공부량을 하지 않은 채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고...

남편이 차려온 식단

도돌이표다. 어제랑 그저께 아플 때는 아프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이제 좀 나으니 이것저것 또 보인다. 하기로 한 공부란 것이 오직 수학문제집 5쪽 푸는 것이 전부인데, 그것을 제때 하지 않는다. 자기 할 일을 먼저 하고 놀아야 한다는 사실을, 약속한 것은 해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은데... 나만의 욕심인가. 

아침 먹자마자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이에게 텔레비전을 끄게 했다. 아이는 심통이 났고 수학공부하러 가서는 안 그래도 하기 싫어하는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다. 열이 나서 하는 날 패스, 친구랑 노느라 패스, 게다 어려운 문제 등장으로 하는 양 축소 등 며칠째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하기로 한 걸 먼저 하고 노는 거야. 그거 인생을 살면서 중요해. 그게 공부든 아니든 먼저 해야 할 일을 하고 노는 거. 그리고 지키기로 했으면 묵묵히 해내는 거야."라고 말했는데,

아이가 도발한다.

"엄마는 아프면 그냥 방에 있지. 왜 1층에 내려오는 거야? 솔직히 말해도 돼? 엄마 내려와서 이렇게 말하는 거 짜증 나."

아빠는 텔레비전을 보라고 했고, 마저 보고 하겠다는데 안된다니 짜증 나겠지.

그렇지만 마저 보고하라 해도 기분 좋게 하질 못한다. 텔레비전을 봤으니 더 하기 싫어지는 것이 너이고 보통의 사람이다. 

나 역시 화가 더 났고 가슴이 갑자기 답답해 오는 거 같았다. 그것이 코로나 때문인지 남편과 아이의 태도 때문인지. 아이의 도발 때문인지 모르겠다.


격리된 골방에 누워 글을 쓰다가 꺼이꺼이 울다 콜록콜록 기침하다를 반복한다.

격리가 끝나고 나면 나는 인간이 되고 싶다. 너그럽고 사랑이 넘치는, 기다려줄 줄 아는 그런 엄마인간...





매거진의 이전글 용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