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떻게 만들면 더 색다르게 할 수 있을까?"
"아~ 어떻게 만들면 더 색다르게 할 수 있을까?"
엄마가 요리를 할 때 한 번씩 내뱉는 문장이다.
이럴 때마다 항상 나는 긴장을 해야 한다. 또 어떤 음식이 어떻게 더해져 만들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엄마는 항상 색다른 것을 좋아했다. 상추에 라면 면발을 싸 먹거나 남은 찌개에 라면을 끓이는 등 시도해 볼 만한 것은 내가 어떤 만류를 하든 간에 막무가내로 돌진해 버리는 엄마다. 이렇게 말하면 엄마가 무책임하게 실험만 하고 맛없는 음식만 만들어내는 것인가 싶은데 열 번 중에 한두 번만 그러는 것이니 다행이고 실험 요리 중에 그렇게 맛이 없던 적은 없었으니 천만다행이려나?
나는 떡볶이를 굉장히 좋아한다. 지금 나는 나이 서른, 소화력이 벌써부터 약해져 떡볶이를 예전만큼 찾지는 못하지만 대학교 때 매운 떡볶이에 꽂혀 매주 화요일마다 '매떡데이'라고 지정을 해두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다닐 만큼 사랑했다. 그날도 나는 떡볶이가 무지하게 먹고 싶었고 엄마가 마침 떡볶이를 해주려던 참이었다.
엄마는 떡을 싫어한다. 으레 주부가 싫어하는 음식이 있으면 같이 살며 그 음식을 먹기가 정말 힘든데 떡볶이가 그중 하나였다. 이런 말을 하면 엄마는 자주 해줬다고 반박하겠지만 엄마 기준에선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날은 마침 엄마가 떡을 사다 놨고 하필 실험정신이 꽂힌 그 순간이었다.
"음.. 뭘 더 넣어볼까? 어떻게 하면 맛있게 만들었다고 소문이 나지?"
왜 하필 지금 이 순간인 것인가, 또 어떤 괴조합이 나올 것인가?
"매실액을 넣어보면 어떨까?"
나는 떡볶이에 매실액을 넣을 거라 상상도 못 해봤고 들어본 적도 없다. 그 당시로부터 10년은 지났으니 아마 SNS를 하는 사람들 중에 떡볶이에 매실액을 넣는 사람이 한두 명은 있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튼 나는 음식에서는 굉장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질색 팔색을 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를 말릴 수가 없다. 엄마는 한번 꽂히면 누가가 뭐라 해도 할 사람이고 나는 그런 엄마를 쏙 빼닮았다. 나는 나를 안다, 그래서 엄마를 안다.
떡볶이에 매실액을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넣는 것을 보며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이게 맛있을지 맛없을지, 맛이 없으면 떡볶이를 싫어하는 엄마가 먹어줄 것도 아니고 곤란했다.
"매실떡볶이~"
엄마는 이럴 때마다 항상 신이 나있다.
나는 지금 배가 고프고 요리를 할 기력도 없다. 그냥 먹어야 한다.
겉보기에 빨간 양념이 된 떡볶이는 여느 떡볶이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떡을 집어 입에 넣는 순간 바로 안다, 이 새콤한 맛. 분명 고추장의 매콤한 맛은 나는데 매실액의 새콤함이 뒤통수를 때리는 맛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음식의 맛이 전혀 다른 맛이 날 때 우리는 순간 고장이 난다.
엄마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어때?"하고 묻는데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 새콤해... 떡볶이가..."
"그래?? 맛있을 것 같았는데."
아무도 먹을 사람이 없는 이 매실떡볶이는 나 혼자 먹어야 한다. 음식은 버릴 수 없다, 사명감. 그래 이 사명감 하나로 떡볶이를 먹어야 한다.
큰 결심을 하고 떡볶이를 하나 두 개, 세 개 네 개... 어라...? 생각보다 괜찮다. 새콤한 맛이 혀를 괴롭히는 것 같지만 계속해서 먹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부정을 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다, 생각보다 맛있다. 그렇게 한 그릇을 다 비워버린 매실떡볶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매실액의 새콤함 때문인지 살짝 침이 고이게 만든다. 엄마가 만든 실험 요리 조합이 어이가 없어서인지 재미있어서인지 아직도 생각하면 웃음이 실실 나온다.
나는 엄마가 이런 실험 요리를 할 때마다 '왜 또 그러냐'라고 인상을 팍 쓰지만 막상 먹어보면 맛있다. 그럴 때마다 자존심이 상한다. 삼십 년이 지나도 왜 그런진 아직도 모르겠다.
삼십 년 전 이십 대 때의 엄마도, 삼 심대 때도, 사십 대 때도, 지금 나이 오십 대의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실험 요리 진행 중이다. 엄마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요리 연구가로 살아왔다면 얼마나 많은 요리가 탄생했을까 지금도 생각해 본다.
[소울푸드, 누구나 재미난 기억 하나쯤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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