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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Mar 09. 2020

나는 내가 지금 아는 만큼 말할 뿐이다

내 의견은 이거예요 라고 명확히 이야기하는 일은 어렵다. 취향을 묻는 말에는 대답하기 쉽지만 어떤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는 내 의견이 맞는지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종종 독서 모임에 나간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면 왠지 부끄러운 기분이 든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맞는 건가? 편협한 시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을까? 부족한 지식으로 주장하고 있지는 않나?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의견을 잘 이야기하는 것 같다.


며칠 전,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이런 걱정이 드는 이유를 추측해보았다. 남들 앞에서 의견을 말하는 게 어렵다고 얘기했더니 친구도 공감했다. 친구의 생각으로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정답을 찾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정답이 뭘까요? 하면 손을 들고 정답을 맞혔다. 답이 확실할 때만 손을 들었다. 틀리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


독서 모임에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내가 이곳에 답을 맞히러 온 것이 아니잖아. 처음 모임에 간 이유가 뭐였지?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이 느낀 점을 듣고 싶었다. 내가 한 생각을 남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다양한 생각을 접하기 위해 간 것이지. 훌륭한 생각을 듣거나 대단한 의견을 내기 위해 가지 않았다. 말을 잘할 필요가 없다. 논리에 구멍이 있어도 상관없다.


다들 타인의 생각을 듣기 위해 모임에 나온다. 독서 모임에 가면 놀라울 때가 많다. 어쩜 나랑 이렇게 똑같은 생각을 했지? 혹은 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게 좋다. 그건 그 사람밖에 할 수 없는 생각이니까. 그러니까 자꾸만 지식이 모자란지 말하기 능력이 부족한지 신경 쓰지 말자. 나는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의견을 말하면 된다. 언제나 내가 지금 아는 만큼만 말하면 된다.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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